탕평 호남 총리 vs 어게인 2002 vs 탄핵 뒤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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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숨은 코드 읽기 호남 전략

야권 대선주자들도 호남 공략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야권 주자들 호남 공략 어떻게
문재인 “영호남·충청서 모두 지지”
안희정 “중도층 흡수” 확장성 강조
안철수 “2012년 대선 안 도왔다니 …
그런 말 하는 건 짐승만도 못한 것”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의 기존 전략은 대세론 굳히기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선두인 문 전 대표가 정권 교체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라는 이미지를 앞세웠다.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대변인은 “호남의 반문정서가 있지만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며 “영호남과 충청에서 모두 지지받는 최초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새로운 카드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문 전 대표는 경선 선거대책위원회장에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총괄본부장에 송영길 의원 등 호남 출신들을 각각 임명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13일에는 ‘호남 총리론’도 시사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한국시설안전공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호남은 우리 야당의 본산 같은 곳”이라며 “총리 인선부터 탕평에 노력을 많이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면서 ‘호남을 홀대했다’는 공격을 받아 왔다. 이에 대한 정면 대응인 셈이다.

안희정 지사의 전략은 ‘어게인 2002’다. 2002년 민주당 경선 당시 노풍(盧風)의 진원지였던 광주에서 안희정 바람을 일으켜 역전승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11일 광주에서 2002년 경선에 함께했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과 만나 ‘2002는 노무현, 2017은 안희정’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기도 했다. 안 지사 측은 중도층을 파고드는 확장성 있는 후보란 점도 강조하고 있다. 안 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은 “호남 민심은 문 전 대표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며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확장성을 앞세운 대안론으로 광주 민심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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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3일 광주CGI센터에서 가상현실 체험을 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호남에 패권세력이 둥지 틀게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공격했다. [뉴시스]

지난 주말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호남을 방문한 데 이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13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훑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문 전 대표와 각을 크게 세웠다. 그는 광주·전남 언론인 초청토론회에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제대로 돕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동물도 고마움을 안다. 그런 말을 하는 건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고 문 전 대표 측을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단일)후보 양보 이후 40회가 넘는 전국 유세, 4회에 걸친 공동 유세를 했고 선거 하루 전날 밤 그 추운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외쳤다”며 이처럼 말했다. 안 의원은 “문 후보가 짐승만도 못한 것이냐”는 다른 참석자 질문에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이라며 “제가 갈수록 (발언이) 세진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발언과 관련, 기자들이 질문하자 “그냥 넘어가죠. 뭐”라고만 했다.

안 전 대표 측 송기석 의원은 “탄핵 이후 승부수를 띄워야 할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단계적 지지율 상승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민주당 후보로 문 전 대표가 뽑히면 안 전 대표가 반문세력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며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감추고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의 시간으로 봐 달라”고 했다.

유성운·안효성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