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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방역 실패와 계란 대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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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번 AI 대란이 최악인 이유는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해 초동 대응도 실패하고 농가의 방역도 허술해졌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 간의 불협화음으로 AI 확진 판정을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진 것도, 농가에서 사용한 소독약이 맹탕이나 다름없는 불량 소독약이라는 점도, 사료 차량과 달걀 운반 차량이 전파의 매개체가 되었을 것이라는 검토 의견도, 살처분 물량이 폭주함에 따라 묻을 땅과 소각시설이 부족하여 지역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현장 증언도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는 단서들이다.

계란 파동이 현실화되자 AI는 경제난의 첫 신호탄이 되었다. 이번에 살처분된 가금류 중 닭이 80%를 차지하고, 알 낳는 닭인 산란계는 30%에 해당한다. 달걀 품귀현상은 예정되어 있었다. 달걀 1판의 전국 평균 소매가는 47.5% 인상되었고, 달걀 유통업체의 10%가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주부들은 명절 차례상을. 제과제빵 업계는 물량 확보를 걱정한다. 한 달 만에 전국 닭·오리 취급점에서는 평균 매출이 54.8%나 감소했다. 현재 국내 닭의 14%, 오리 25%가 살처분으로 사라졌고 앞으로 5000만 마리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정부와 농가의 직접 손실은 8573억원, 육가공업과 음식업 등 간접 손실은 1조4769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도 보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