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 한진해운 미주노선 우선협상자 선정

중앙일보

입력

대한해운이 현대상선을 제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 노선 영업망을 인수할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 노선 영업망 매각을 위한 입찰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법원과 대한해운은 21일 본계약을 체결하고 28일 잔금 납부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한진해운의 65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 5척과 7개 자회사, 관련 인력과 물류 운영 시스템 등이다. 법원은 “대한해운은 입찰가와 직원 고용승계 등의 항목에서 현대상선보다 우월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입찰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약 1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2013년 대한해운에 이어 지난달 삼선로직스를 인수한 우선삼라마이더스(SM)그룹은 벌크선에 편중됐던 사업군을 원양 컨테이너선으로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지난 9월 28일 마감한 예비입찰에는 SM그룹과 현대상선을 비롯해 한국선주협회, 한앤컴퍼니, 국내 사모펀드(PEF) 1곳 등 5개 업체가 참여했다. 하지만 10일 본입찰에는 SM그룹과 현대상선만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SM그룹은 한진해운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터미널 지분 인수에도 나서게 된다. 애초 법원은 한진해운 미주·아시아노선 영업망만 매물로 내놨지만 기업들의 관심이 적자 예비입찰 업체에 한해 롱비치터미널 지분 실사기회를 부여하고 인수 대상에 포함했다. 한진해운은 터미널을 운영하는 미국 자회사인 TTI의 지분 54%를 보유하고 있다. 롱비치터미널은 한진해운이 가진 ‘알짜 자산’으로 꼽힌다. 미 서부 롱비치 항만 내 최대 규모로 연간 300만TEU 이상의 화물 처리 능력을 갖췄다. 미 서부항만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이상을 처리한다. 매각가는 약 1000억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SM그룹의 롱비치터미널 지분 인수엔 걸림돌이 하나 있다. 롱비치터미널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스위스 대형 해운사 MSC다. 세계 2위 컨테이너선사인 MSC는 한진해운 다음으로 많은 롱비치터미널 지분(46%)을 가지고 있다. MSC가 우선매수청구권을 사용하면 SM그룹은 지분을 사들일 수 없다.

세종=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