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같은 XX” 새누리 의총 난장판…정진석 “예산·내각 매듭 짓고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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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친박·비박계가 충돌하며 욕설과 고성을 주고받는 등 ‘난장판’을 연출했다. 비박계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책임이 이정현 대표에게도 있다며 퇴진을 거듭 요구했다. 친박계는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정현 퇴진 놓고 친박·비박 충돌
김무성·유승민·최경환 자리 지켜

지도부가 허물어질 조짐도 보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총 도중 “예산 심의를 마무리하고 새 내각(거국중립내각)이 자리 잡게 되는 한 달 뒤에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도 지도부를 향해 “이 정도면 소임을 다했다. 대표와 함께 물러나자”며 “물러나지 않으면 내가 먼저 월요일에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정현 대표는 사퇴 거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날 의총은 시작부터 공개 여부를 놓고 부딪혔다. 비박계는 전면 공개를 요구하며 지도부를 압박했지만 친박계는 당 분열을 노출해 좋을 게 없다며 반대했다. 그러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김세연 의원이 “당헌·당규에 따르면 공개가 원칙”이라고 외쳤다. 이에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공개·공개 절차는 그간 원내지도부가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의원들을 겁박하는 것이냐”며 맞섰다. 이에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이 김 의원을 향해 “그만하라”며 언성을 높이자 다른 편에 앉아 있던 비박계 이종구 의원이 “넌 그냥 앉아, 거지 같은 X끼”라며 욕설을 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다음은 참석 의원들이 전한 주요 의총 발언.

▶김재경 의원=“당의 대주주인 박근혜 대통령이 없어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하태경 의원=“‘최순실 암 덩어리’를 도려내야 한다. 이 대표가 대통령의 잘못된 지시에 모두 복종해 사태가 발생했다.”

▶김세연 의원=“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순장조’라고 생각하는 듯한데 (물러나지 않는다면) 당이 순장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비박계의 공세에 친박계는 이 대표가 사태 수습을 지휘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대출 의원=“세월호 선장은 혼자 살겠다고 도망쳤지만 타이태닉 침몰 땐 선상 합주단이 끝까지 자기 역할을 하면서 승객들을 진정시켰다. 함께 구명정을 찾아야지 당권 투쟁하면 다 죽는다.”

▶김태흠 의원=“불 났으면 일단 불을 꺼야 한다. 그런데 불을 꺼야 할 사람한테 책임이 있다고 나가라고 하면 그 불은 어떻게 하나.”

▶엄용수 의원=“4·5선 선배들이 언론을 다 불러놓고 3선 인 이 대표를 물러나라는 게 할 짓인가. 이런 당은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

▶김진태 의원=“우리 중에도 박 대통령 탄핵을 원할 분이 있을 거다.”

이날 의총에는 당의 위기 상황을 반영하듯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비박계 김무성과 유승민 의원, 친박계 최경환 의원 등 양대 계파의 주요 인사들까지 자리를 지켰다. 소속 의원 129명 중 110명가량이 의총에 참석했고, 발언자만 44명에 달했다.

박유미·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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