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탈선사고를 모의훈련이라 속인 인천교통공사 간부 4명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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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탈선 사고를 모의훈련인 것으로 조작해 국토교통부와 인천시에 보고한 인천교통공사 간부들이 대기발령조치됐다.

인천교통공사는 7일 거짓 보고를 한 이광호 경영본부장과 조신구 기술본부장 등 2명을 직위해제했다고 밝혔다. 또 종합관제소장과 팀장 등 2명도 대기발령 조치했다.

교통공사는 인천시 감사결과에 따라 다음 주 중 이사회를 열어 해임·경고·주의 등 관련자에 대한 최종 징계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 8월 7일 오후 9시 30분 인천지하철 2호선 운연역 차량기지에서 발생한 탈선 사고를 '모의훈련'이라고 속여 물의를 빚었다.

당시 사고는 정비를 마친 차량을 기관사가 수동운전으로 선로로 옮기는 과정에서 갑자기 선로가 변경돼 전동차의 뒷바퀴가 탈선했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교통공사는 다음날 언론 브리핑을 열고 "실제상황을 대비해 역량을 키우고 예고 없이 치른 불시 훈련"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또 "극소수 간부들만 훈련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훈련 대상 전동차를 일정 간격으로 틀어놓아 실제 탈선한 것처럼 꾸며놨다"고도 했다.

교통공사는 이런 내용의 훈련결과보고서를 작성해 국토교통부와 인천시에도 허위 보고를 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당시 탈선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들통났다. 21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수동으로 운행하던 전동차가 후미에 불꽃을 내며 선로에서 벗어나는 장면이 담겼다. 당시 탈선 사고로 열차에 상처가 생기는 등 피해도 입었다. 교통공사는 해당 전동차를 수리해 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통공사측은 뒤늦게 "개통 초기에 각종 사고가 잇따른 상황에서 탈선사고까지 알려지면 큰 혼란이 생길 것 같아서 그랬다"고 밝혔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탈선사고를 훈련상황이라고 발표한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며 "이번 사안을 철저하게 조사해 문제된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하지 않게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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