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홍준표 유죄 ··· 사실일 가능성 커진 ‘성완종 리스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같은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상황에서 홍 지사까지 유죄를 선고받음에 따라 리스트가 사실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는 어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 대해 “피고인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승모 전 부사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사망 직전 신문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11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 때 윤씨를 통해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며 “윤씨 등의 진술 등으로 볼 때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홍 지사 판결은 자신이 성 전 회장 지시에 따라 돈을 전달했다는 윤씨의 법정 진술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재판부는 “윤씨가 허위 내용을 꾸며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남긴 메모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느냐 여부가 유·무죄 판단의 관건이었던 이 전 총리 사건과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두 사건 모두 1심 판결이 나온 것으로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전 총리·홍 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로 ‘성완종 리스트’가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리스트에는 이 두 사람과 김기춘·허태열·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부산시장 등 8명이 적시돼 있었다. 검찰은 이 중 이 전 총리·홍 지사만 기소했고, 나머지 6명은 공소시효가 지났다거나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이유가 ‘대선자금’ 수사를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정권의 실세 인사란 점 때문인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검찰은 이런 의문들에 대해 성실히 설명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