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직원 자살 내몬 욕설·폭언 경감 파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부하를 괴롭혀 죽음으로 내몬 경찰관(경감)이 파면됐다. 서울남부지검의 초임 검사가 상사로부터 폭언과 부당한 업무지시 등을 받아 자살한 사건과 비슷한 일이 경찰 내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심한 욕설에 복무 규율 위반도
본인은 “업무적 훈계 했을 뿐” 주장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12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A경감(51)을 중징계인 파면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징계위는 A경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B경사(42) 등에게 ‘XXX’ 등 심한 욕설을 하고 세탁물 심부름 등 복무규율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5월 24일 자신의 용인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투신한 광주경찰서 소속 B경사 유품에서 A4용지 한 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되자 유서 내용을 토대로 A경감을 감찰 조사해왔다.

B경사는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A경감과 함께 경기남부청 국제범죄수사대에서 근무해오다 혈액순환 장애로 뼈 조직이 죽어가는 무혈성괴사증 치료를 위해 휴직에 들어간 후 올 1월 정기인사 때 광주경찰서로 전보조치된 상태였다.

B경사는 유서에서 “양쪽 대퇴부 무혈성괴사증을 앓아 양쪽 다리를 절뚝이는 자신을 악의적으로 30분~1시간가량 세워놓고 보고 서류를 살펴보면서 ‘영어 하나(엉뚱한 소리를 한다는 의미)’ 등 악담을 했다”며 “자신이 데리고 온 (편애하는) 직원한테는 거의 아무 말도 없이 결재해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A경감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이 같은 지휘관이 경찰 조직에 있으면 안 된다. 정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B경사는 가족에게 A경감의 가혹행위를 수시로 털어놓았다.

B경사 유족은 “홀로 되신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결혼도 하지 않았던 효자였다”며 “경찰관이 된 후 좋아했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눈물만 난다. 다시는 검찰이나 경찰 조직에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경감은 감찰 조사 과정에서 “특정 부하직원을 괴롭힌 사실이 없고 업무적인 훈계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