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운호 전방위 로비 의혹, 털끝 하나까지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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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자 이민희(56)씨가 검찰에 체포됐다. 이에 따라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 대표 구명 로비 의혹과 함께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20일 밤 자수 의사를 밝힌 이씨를 체포한 뒤 어제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는 정 대표와 법조계, 정·관계 인사, 경찰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등 로비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돼온 인물이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구명 로비 의혹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씨의 고교 동문인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정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 수사단계에 변호를 맡은 뒤 정 대표는 두 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씨는 도피 중 홍 변호사와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정 대표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정해진 당일 임모 부장판사와 저녁식사를 하며 사건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씨는 서울메트로 입점 등 정 대표 사업 확장을 위해 공무원과 공기업 등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씨는 실제로 정 대표에게서 로비 명목으로 9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인에게서 3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검찰이 확보한 관련 녹취록엔 이씨가 정부 부처 차관과 청와대 관계자 등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담겨 있다. 각계에 두터운 인맥을 쌓아온 이씨가 입을 여느냐, 검찰이 관련 증거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그간 불거진 각종 의혹의 실체가 확인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법조계 및 정·관계 고위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 로비가 있었는지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적당히 선을 긋고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법정의 정의와 권력의 위세까지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큰 오산인지 보여줘야 한다. 검찰은 조사 결과에 따른 파장을 저울질하지 말고 모든 의혹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