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테러 연관된 문제…북, 핵기술 이전 않는다 보장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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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2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제1회 한·불 리더스포럼이 열렸다. ‘한·불 수교 130주년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는 양국 150명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앞줄 왼쪽부터 앙리 루아레트 한·불 상호교류의 해 프랑스 측 조직위원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브리지트 에로 프랑스 외교장관 부인,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교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석현 한·불 클럽 회장(중앙일보·JTBC 회장), 스테판 이스라엘 불·한 클럽 회장 대행, 이홍구 전 총리. [사진 김상선 기자]

지난 22일 발생한 브뤼셀 테러부터 북한 핵 문제, 기후변화와 인공위성까지…. 한·불 클럽과 불·한 클럽이 2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공동주최한 제1회 한·불 리더스포럼에서 참가자들이 다룬 주제들은 올해 수교 13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처럼 다채로웠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 등이 후원한 이번 포럼은 연중 계속될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행사들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를 갖는다.

양국 오피니언 리더 150여 명 토론
윤병세 “강력한 대북 압박 필요”
에로 장관 “우리는 대한민국 편”

‘한·불 수교 130주년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선 양국의 오피니언 리더 150여 명이 머리를 맞대고 양국이 당면한 과제와 미래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포럼은 “한국이여 영원하라, 프랑스여 영원하라, (양국의) 우정이여 영원하라”는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교장관의 발언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한국의 어려운 시절은 물론 급속한 발전 과정에서도 프랑스는 우리와 함께해온 오랜 친구”라며 “오늘날 양국은 핵 비확산, 기후변화, 빈곤 등 인류의 당면 과제 해결을 위해 함께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지난해 11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방한 당시 체결한 양국 간 21세기 포괄적 동반자관계 강화를 위한 행동계획을 언급하며 “행동계획이 원활히 실천돼 각 분야에서의 실질적 협력과 인적 교류가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오후 서울에서 우수한 창업 기업을 양국이 공동으로 지원하는 기관인 프렌치 테크 허브(French Tech Hub)가 개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한·불 클럽과 불·한 클럽은 양국의 사회지도급 인사 각 10여 명으로 구성된 민간 주도 모임으로 수교 130주년을 계기로 발족했다. 한·불 클럽 회장인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은 포럼 개회사에서 “일제의 한반도 강점에 따라 1919년 설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둥지를 튼 곳은 다름 아닌 중국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租界·거주지)였다”며 “한국이 오늘날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자 한류를 수출하는 문화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 데는 알게 모르게 프랑스의 도움이 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스테판 이스라엘 불·한 클럽 회장 대행은 “한국과 프랑스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며 “문화뿐 아니라 경제·안보·과학기술, 대학 간 파트너십을 통해 프랑스와 한국은 서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진 기조연설에서 윤병세 장관과 에로 장관은 테러 위협과 북핵 문제에서의 공조를 다짐했다. 윤 장관은 “한국과 프랑스는 정치·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긴밀한 파트너가 됐다. 한·불 관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북 압박이 필요하고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프랑스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브뤼셀 테러를 언급하며 “어느 나라도 테러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모든 나라가 함께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에로 장관은 “단호한 대북제재가 필요한 상황 속에서 프랑스는 대한민국의 편에 서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새로운 제재를 가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며 프랑스는 구체적 제재를 통해 북핵 위기를 해결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연설했다.

북한 문제는 이날 ‘21세기 글로벌 도전과 외교안보 협력 비전’을 주제로 진행된 전체회의에서도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주철기(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신동북아국제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은 이 회의에서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발표를 통해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처럼 지금은 북한의 셈법을 바꾸기 위해 제재를 충실히 이행할 때”라며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닫은 건 아니다. 북한이 전략적 계산을 바꿔 대화의 길로 나온다면 국제사회가 대화할 수 있지만 지금은 북한에 올바른 신호를 보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연세대 김명섭(정치외교학) 교수는 “북핵 문제와 유럽의 테러 위협은 서로 연관된 문제”라며 “북한의 핵 기술이 테러 단체로 전달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한·프랑스 간 글로벌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이란 프랑스 대사를 지낸 브뤼노 푸셰 프랑스문화원장 역시 “이란 핵 문제에서 프랑스는 까다롭고 단호한 자세를 취한 바 있다”며 “핵 확산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동감을 표했다.

서울시립대 김민정(국제관계학) 교수는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들이 통합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의 톨레랑스(tolerance·관용) 정신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하며 낙관적 의견을 피력했다.  
글=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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