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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아들 키우는 송 과장 “유연근무제가 신의 한 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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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네 살배기 아들을 둔 하나투어 송 모(34·여) 과장은 육아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없다. 그의 하루는 일과 육아가 뒤엉키지 않고 잘 짜여 있다. 송 과장의 아침은 여유롭다. 오전 9시30분쯤 아들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바래다주고 15분 정도 걸어 10시에 회사에 들어선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본사가 아니라 집 근처 서울 강남구 선릉역 근처 ‘거점 사무실’이다. 한 시간 늦게 출근하고 한 시간 늦은 오후 7시 퇴근한다. 화요일과 금요일은 집에서 재택(在宅)근무를 한다. 출근할 때는 남편이 아이를 데려온다. 오후 7시 퇴근해 아이를 돌본다. 부모나 친척에게 아이 양육 도움을 청할 일이 없다. 이렇게 해도 일에 지장을 준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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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과장은 2011년 결혼해 1년 만에 아들을 낳았다. 육아휴직을 다녀온 뒤 아이를 제대로 돌보기가 힘들었다. 때마침 회사가 유연근무제를 도입했고 이게 가정을 건사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송 과장은 “유연근무제가 아니었으면 일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며 “처음엔 맺고 끊음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업무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한다.

“처음엔 맺고 끊음 불명확해 혼란
유연근무제 아니었다면 일 포기”
한국, 육아지원 제도 잘 갖췄지만
기업들 참여·협조는 아직도 미흡

하나투어는 재택근무·거점근무·시차출퇴근·재량근무 등 네 가지 방식을 시행한다. 재량근무만 상급자 허락을 받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선택한다. 직원들이 집 가까운 곳에서 일하게 거점 사무실을 여러 군데 냈다. 서울 선릉·왕십리·연신내·신도림·노원, 경기도 범계·화정·부평·김포 등 9곳에 있다. 5월에 수원에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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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량근무는 더 파격적이다. 언제 어디서 일을 하든 성과만 내면 된다. 2000여 명의 하나투어 직원 중 월 평균 100여 명이 재택근무를, 500여 명이 시차출퇴근제를 활용한다. 유연근무제를 해치는 관리자는 단속 대상이다.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은 “생산성을 높이고 회사의 수익을 올리려면 업무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근무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육아가 고통스럽지 않아야 한다.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일도 없어야 한다. 어느 한 군데도 막혀서는 안 된다. 한국도 1~3차 저출산·고령사회 계획을 시행하면서 제도의 틀은 비교적 잘 갖췄다. 하지만 그림만 근사할 뿐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숭숭 구멍이 뚫려 있다. 여기엔 기업들의 참여나 협조가 미흡한 이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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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야 일·가정 양립에 투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항공여객서비스 업체인 에어코리아는 직원 1450명 가운데 1137명이 여성이다. 이 회사 직원들은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 ▶출산 전후 휴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전환형 시간선택제(정규직 상태에서 시간을 줄여 근무하다 정상 근무로 복귀) 등을 한꺼번에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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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병원의 김모 연구원은 “아이가 어릴 땐 친정어머니 도움으로 그럭저럭 버텼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답이 없었다”며 “다행히 회사가 전환형 시간선택제를 도입해 1년7개월 근무시간을 줄인 덕분에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인사담당자는 “육아 지원을 위한 유연근무제가 도입되면서 남녀를 막론하고 근로자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나영돈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일·가정 양립에 필요한 근무제도를 과감하게 도입한 회사에선 숙련인력의 이직 감소, 기업 이미지 향상, 직원의 충성도 제고에 따른 생산성 향상, 업무 집중도와 효율성 증가 같은 긍정적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신성식·김기찬·박수련·이에스더·김민상·황수연·정종훈·노진호 기자, 이지현(서울여대 국문4) 인턴기자 ssshin@joongang.co.kr
◆공동취재=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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