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요구 받고도 포상, 비위 중령엔 명예전역금 4700만원…감사원 감사 불이행 백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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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으로부터 징계 요구를 받은 직원이 정부 포상을 받는 등, 감사원 감사 결과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례들이 잇따라 적발됐다. 감사원이 지난해 7월9일~9월16일 감사결과 이행실태 점검을 벌인 결과다. 감사원은 23일 이같은 결과를 공개하고 모두 8건을 적발해 해당 기관장에게 관련자 3명을 징계하는 등 8건의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감사원의 영(令)이 서지 않은 사례들이 속속 적발됨에 따라 감사원은 지난달 '감사 결과 이행 관리과'를 신설했다. 감사결과 이행률은 지난해 말 기준 93.8%로 양호한 편이지만 고의적으로 감사 결과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황찬현 감사원장도 “감사 후(後) 감사가 더 중요하다”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감사 결과를 부당하게 이행하지 않은 대표적 사례 중 하나는 한국정책금융공사다. 이후 한국산업은행으로 통합된 이 공사의 직원 A씨는 2012년 부당하게 대출업무를 처리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적발됐고, 감사원은 공사 측에 A씨의 문책을 요구했다. 당시 A씨는 ‘중소기업 금융지원 포상 대상자’ 명단에 올라있던 상황이었다. 정부포상업무지침엔 감사원 징계 요구를 받으면 포상 추천을 철회해야 한다.

그러나 공사는 추천을 철회하지 않았고, 같은 해 12월 지식경제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후 공사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표창을 근거로 A씨의 징계를 ‘주의’로 부당하게 감경했다가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의 감사가 영(領)이 서지 않은 사례는 국방부에서도 나왔다. 국방부는 2011년 4월 감사원으로부터 육군 중령 B씨 등을 비위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통보 받은 후 같은 해 11월 징계요구 공문을 받았다. B씨가 전역 신청을 하자 규정을 어기고 이듬해 8월 명예전역 시켰다. 중령에서 대령으로 명예진급까지 시켰다. 감사원 징계 요구를 받은 경우 명예전역이나 명예진급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B씨는 명예전역수당으로 4700만원까지 받은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부실 시공 업체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 등을 통보 받았지만 허위 소명 자료만 믿고 처분을 면제해 준 경우도 있었다. 감사원은 2014년 전라남도 감사에서 건설산업기본법이 규정한 직접 시공 의무비율인 20%를 위반하고 부실 시공한 건설업체에 대해 영업정지를 취할 것을 통보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일부 하도급 시행을 직접 시공한 것처럼 위조한 허위 소명자료를 제출했고, 전라남도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인정해 제재를 면제해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광주 남구는 2013년 감사원으로부터 입찰서류를 허위 제출한 건설업체에 대해 ‘부정당업자 제재’를 통보받았으나 업체가 단순 착오라며 선처를 요청하자 규정된 심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경고 처분으로 종결 처리까지 했다.

이밖에도 중소기업진흥공단은 2009년 4월 감사원으로부터 대출금지 대상업체에 운전자금 3억원을 부당대출해 준 직원 2명에게 손해를 보전받을 것을 통보받았지만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적 비리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손해배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감사원 전광춘 대변인은 ”주요 감사사항에 대해 상시적으로 팔로우업(follow up, 추적)하는 감사를 주기적을으로 실시할 것”이라며 “파면 등 중징계 요구사항은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부당 감경 등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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