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웨이 평양 간 날,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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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왼쪽)가 2일 오후 방북했다. 마중 나온 박성일 북한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오른쪽)과 평양공항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북한이 인공위성 ‘광명성’ 발사 계획을 국제기구에 통보함으로써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제기구 2곳에 통보한 북
북 체신상 “위성 이름은 광명성”
16일 김정일 생일께 쏠 가능성
정부 “미사일 발사 대비 태세 갖춰”

2일 일본 TV아사히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김광철 체신상이 ‘지구관측 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외교채널을 통해 ITU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광명성은 2011년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지칭하는 단어다. 이 때문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광명성절) 무렵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2012년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인 4월 15일을 이틀 앞두고 광명성 3호를 발사한 적이 있다. 정확한 발사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는 것은 로켓 발사가 바람이나 습도 등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장거리 로켓 추진체는 연료가 모두 연소되면 분리돼 해상으로 떨어진다. 로켓 발사국은 잔해물의 낙하가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 통상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이를 국제기구에 통보한다. 비행기나 선박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이런 가운데 4차 핵실험(지난달 6일)을 실시했던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를 위한 준비를 거의 마무리했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로켓 발사장(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로켓 조립을 끝내고 마무리 점검 작업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기습적으로 발사할 수도 있는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발사대 인근의 조립공장에서 1, 2, 3단을 연결해 하나의 온전한 로켓으로 만드는 조립을 마무리하고, 각종 계측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대에 장착했는지, 또 발사의 최종단계인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쏜 뒤 기존 50m였던 발사대를 10여m 높이고, 발사대 인근에 실내 조립공장을 건설하는 공사를 지난해 중반 마무리했다. 특히 공사를 진행하면서 발사대에 흰색 고정식 가림막을 설치해 안을 볼 수 없도록 했다.

북한 로켓 발사 동향을 관찰해 온 관계자는 “기존에는 발사대만 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실내에서 조립하고, 발사대도 가려져 있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최근 현장에서 트럭이나 기술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고 고위 간부들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승용차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전 발사 때의 최종 점검 단계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유관 국가 및 국제기구들과 긴밀히 소통해왔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관련 대책 및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이날 오후 북한을 전격 방문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우다웨이 대표와 일행이 오늘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우 대표의 방북은 시점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북한의 로켓 발사 발표를 사전에 알고 방북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4차 핵실험을 한 이후 중국의 고위 관리가 평양을 찾은 건 처음이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서울=정용수·전수진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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