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안은 양안 교류의 천고의 죄인"…쯔위 동정 여론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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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저우쯔위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TWICE)의 대만 멤버 쯔위(중국명 저우쯔위·周子瑜·16) 사태가 전환점을 맞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대만에서 쯔위에 대한 비난이 수그러들며 동정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쯔위는 지난해 11월 공개된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사전 인터넷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지난 16일 대만 총통 선거와 맞물려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의 외교 문제로 비화됐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이날 자체 해외판 소셜미디어 매체 ‘협객도(俠客島)’에 실은 칼럼에서 “많은 대륙 네티즌들이 쯔위를 책망하며 광적 포퓰리즘을 보여줬다”며 “쯔위의 사과는 소속사가 대륙시장을 놓고 어쩔 수 없이 내린 타협”이라며 JYP엔터테인먼트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대만의 모 정치세력(민진당)의 입장에서, 한 젊은이의 의미 없는 언행은 무한한 해석을 낳았다. (그들은) 본래 존재하지 않는 정치적 의미를 주입했다”며 민진당을 비판했다.

또 “대만 방송 SETN(싼리TV)가 대만 네티즌의 자극적 댓글을 여과 없이 보도해 ‘쯔위 사태’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비난했다. 칼럼은 이 사태로 민진당이 50만 표를 더 얻었다고 주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쯔위 사건으로 중도성향의 청년층 134만 명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 당선인에게 몰표를 줬다고 분석했다.

쯔위의 뮤직비디오도 중국에서 검열·삭제되지 않고 방송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네티즌 ‘C자이하오(宅昊)’는 중국중앙TV(CC-TV)의 유료 음악채널 ‘풍운음악’에 쯔위가 출연한 장면을 캡처해 올렸다. 중국의 한 네티즌은 “네티즌이 정부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쯔위는 정말 아름답고, 정치는 너무 무섭다”는 동정 글도 올라왔다.

대만에서는 쯔위가 대만 국기를 든 데 대해 “하나의 중국을 반대하는 행위”라고 몰아붙였던 대만 가수 황안(黃安)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대만 이란(宜蘭)현의 한 투표함에서 “황안 똥이나 먹어라”라고 쓴 종이가 발견됐다. 최고 5만 대만달러(18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불법 행위다.

18일 타이난(臺南)시 중심가에는 트와이스를 코스프레한 여성들이 청천백일홍기를 몸에 두르고 트와이스 노래를 부르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중국의 압박에 항의했다. 오는 24일 오전 10시30분 타이베이 시청 앞에서 5만여 명이 참가할 예정인 황안 반대 시위가 열린다. 홍콩 명보는 “양안 인민의 공통 감정에 상처를 입히는 것은 중국의 대만 정책의 금기사항”이라며 황안을 “양안 교류의 천고의 죄인”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JYP는 18일 쯔위의 유튜브 입장 발표와 관련한 성명을 발표했다. JYP는 “쯔위의 입장 발표에 대한 일부 오해가 있었다. 쯔위의 부모님이 한국에 들어오셔서 쯔위와 상의한 후 최종 결정을 내리고 입장 발표를 진행했다. 한 개인의 신념은 회사가 강요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JYP는 또 대만의 온라인 매체가 쯔위의 매니지먼트 권리를 1억 대만달러(약 36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나섰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공동대표 김성회·이현정)는 JYP와 박진영 대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고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16살 미성년 소녀를 대상으로 인권 탄압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다문화센터 측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여 쯔위의 사죄가 강요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 조사를 요구할 것이며, 사죄에 대한 강요가 있었다고 판단될 경우 검찰에 고발하고 처벌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타이베이·베이징=예영준·신경진 특파원, 서울=한은화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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