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아베와 통화한 박 대통령, 시진핑과는 아직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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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협력 외교가 뒤뚱거리고 있다. 속도도 더디고, 이도 잘 안 맞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8일 오후 8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를 했다. 전날 오후 1시 통화하려 했으나 왕 부장이 다른 일정을 이유로 조정을 부탁해 하루가 더 걸렸고, 이날도 오후 7시였던 게 중국 측 사정으로 한 시간 더 연기됐다. 6일 오전 10시30분 북한의 수폭 실험 발표 후 윤 장관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을 포함해 10명의 각각 장·차관 혹은 고위급 대표와 통화해 공조를 약속받았지만 왕 부장과는 사흘째에야 통화가 성사됐다.

시험대 오른 한·중 대북 공조
한·중 국방 핫라인도 가동 안 돼
우다웨이 “6자회담 틀서 해결 노력”
중국에 북한은 한·미·일 견제 수단
전문가 “분노 커도 강한 압박 힘들 듯”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창완취안(常萬全) 국방부장 간 지난 1일 설치된 ‘핫 라인’은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비상 상황에도 8일까지 가동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통화를 위해 실무 차원에서 조율 중”이라고만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아직까지 전화통화도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밀월’로까지 표현되던 한·중 관계가 북핵 문제 앞에선 무색해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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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주석은 6일 충칭(重慶) 방문에 이어 7일엔 하루 종일 중공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 참석했지만 북한과 관련해선 침묵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6일 고강도 비판을 담은 성명으로 분노를 표출한 이후 대북 제재가 거론되자 주춤거리고 있다. 북한이 괘씸하지만 그렇다고 고강도 제재로 북한의 숨통을 조일 수도 없다는 기류다.

 8일 오후엔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가 전화통화를 했다.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데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 본부장이 “차별화된 강력한 대응을 하도록 긴밀하게 협력하자”고 한 데 대해선 “합당한 대응 에 협력하고, 6자회담 틀을 통한 해결 노력을 경주해 나가자”고 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각국의 냉정한 대처와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며 “관련국들이 그간 제 역할을 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동덕여대 이동률(중국학과) 교수는 “북·중 관계는 동북아 국제정치 지형 등 구조적인 부분의 영향을 받는다. 미·중 대결구도나 중·일 갈등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중국의 분노치가 높아졌다고 해도 북한에 강한 압박을 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강준영 교수도 “중국은 한·미·일 3각 안보공조에서 약한 고리였던 한국을 견인하려 애썼는데 한·일이 위안부 합의를 하면서 3각 공조가 다시 복원됐다”며 “중국 입장에서 북한은 이런 한·미·일 구도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며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중국이 6일 비판 성명을 낸 뒤 7일 6자회담을 이야기하며 예전 레퍼토리로 돌아간 것도 이런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에도 중국이 남북한 사이에서 등거리 전략을 구사할 경우 ‘한·중 대북 공조’를 꾀하던 박근혜 정부의 전략은 궤도 수정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벌써부터 “중국의 대북 정책이 아무 효과가 없다”고 압박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유지혜 기자
왕웨이 인턴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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