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야, 국감 증인 신청 실명제 바로 도입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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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어제 시작됐다. 올해 피감기관은 지난해보다 26개 늘어난 708개(정보위 미확정 제외)로 역대 최다다. 이에 따라 증인도 최다 기록을 세울 것 같다. 증인으로 불러놓고 제대로 질의하지 않는 부실 관행이 올해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2013년 국감에서는 공직자·기업인 등 증인 31명이 한 번도 질문을 받지 않았다. 부실한 질문까지 포함하면 ‘헛수고 증인’은 훨씬 많을 것이다. 13시간을 기다렸다가 13초 답변한 증인도 있었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상당수 의원이 증인 채택을 하나의 특권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정 논의라는 본질보다는 증인을 국감장에 일단 불러세우는 걸 하나의 권세라 생각한다. 이런 파워를 과시해 놓아야 평소에 후원금이라든가 민원 청탁 등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잘못된 사고도 자리잡고 있다. 특히 상징적으로라도 재벌 총수들을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는 건 하나의 관행처럼 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야당에서 더 두드러진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증인 신청 실명제’다. 어느 의원이 어떤 이유로 어떤 증인을 신청했는지를 기록하고 공개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여야 상임위 간사들이 내용을 알고 있지만 이를 공개하는 건 금지돼 있다. 논의 과정이 알려지면 증인들이 로비를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채택 과정이 끝난 후에 기록을 공개하면 이런 우려는 없어질 것이다. 상임위마다 증인 채택 소위를 구성해 논의를 속기록으로 남기고 공개하면 증인을 둘러싼 불투명성은 상당 부분 사라질 수 있다. 야당은 실명제를 도입하려면 특정 증인의 채택을 반대하는 의원의 이름과 이유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위의 기록 내용에 이 부분도 포함시키면 문제는 해결된다.

 ‘국감 증인’ 문제는 한국 정치의 대표적인 왜곡이요 갑질이다. 출석 이유가 별반 없는 증인들보다는 온갖 비리와 추문을 저지르고도 의원직과 국회직을 틀어쥐고 있는 국회의원부터 증인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