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0% 공천단이 후보 결정 … 비노 “문재인계만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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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주승용·전병헌 최고위원(오른쪽부터)이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문 대표는 안철수 의원의 혁신안 관련 회동 제안에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조문규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가 내년 총선 후보를 100%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로 결정하는 내용의 10차 혁신안을 7일 발표했다. 또 경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 1, 2위 후보자 간 치르는 ‘결선투표제’와 ‘정치신인 10% 가산점제’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오는 16일 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하면 확정이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안심번호가 도입될 경우 국민공천단을 100%로 하고, 도입되지 않으면 국민공천단 70%, 권리당원 30%로 후보를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심번호는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업자가 주는 임시 번호다.

 현재 휴대전화로 여론조사 경선 등을 하면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휴대전화 여론조사 등을 할 수 있도록 안심번호를 도입하기로 한 상태라 100% 국민공천단 경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혁신위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안심번호 도입 시엔 당원과 국민이 구분이 안 된다”며 “일반 국민 투표에 당원이 포함될 수도 있어 7대 3 비율을 맞추는 게 불가능한 만큼 부득이하게 당원을 배제하게 됐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지역구당 300~1000명 규모로 국민공천단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국민공천단 경선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추진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 참여경선)와는 다르다. 정채웅 혁신위 대변인은 “오픈프라이머리는 누구든 투표하는 방식이지만, 국민공천단 방식은 선거인단을 사전에 정해 경선을 치르는 것”이라며 “무리한 조직동원 선거를 막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결선투표와 신인 가산점제는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한 장치다. 당 핵심 관계자는 “호남 등 경쟁력 있는 신인 후보가 많은 지역의 현역 교체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20% 공천 배제 규칙과 함께 적용되면 현역 교체율이 40%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와 별도로 올 연말까지 20% 범위의 전략공천(무경선 공천)을 위한 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여성과 장애인 후보에게는 25%의 가산점을 주고, 42세 이하에겐 연령에 따라 15~25%의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혁신위 관계자는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는 공천을 할 수 있게 돼 있는 현행 당규를 고쳐 1·2심 등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공천에서 배제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새정치연합 현역 의원 중 박지원 의원이 저축은행 비리사건과 관련해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다.

 공천안과 관련, 문재인 대표는 기자들에게 “계파주의를 일절 배제한,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공천안을 확립했다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비노계 의원들은 “당원이 배제되고 국민공천단이 후보를 뽑으면 조직화된 열성 지지자를 동원할 수 있는 ‘친문재인’ 세력이 유리하다”며 반발했다. 경선 선거인단에서 일반 국민의 구성 비율이 높으면 친노·주류 진영이, 권리당원 비율이 높으면 당 생활을 오래 한 비노·비주류 진영이 유리하다는 게 야당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주승용 의원은 “계파는 청산하지 않고 당원들의 권한만 위축시켰다”며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장인 강창일 의원도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한길 의원 측은 “결선투표 시 들어갈 비용 문제, 후순위 후보자들의 담합 우려도 혁신위가 살펴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비노·비주류로 분류되는 김영환·문병호·유성엽·주승용·최원식·황주홍 의원 등은 이날 긴급 오찬 회동을 하고 오는 16일 혁신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문병호 의원은 “문 대표를 비롯해 소속 의원 모두가 초청 대상”이라며 “토론회 결론을 그날 열리는 중앙위에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위는 실패”라며 “계파 청산의 혁신안이 나오지 않은 부분을 문제 삼을 것”이라고 했다.

글=강태화·위문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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