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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주식매입 중단’ 소식에 상하이 증시 출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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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 주가가 회복 모멘텀을 잃었다. 31일 상하이 지수는 장중 한때 3%가량 하락하다 전 거래일보다 0.82% 떨어진 3205.9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이틀의 강한 복원력이 이어지질 못했다. 중국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태도 탓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대규모 주식 매입을 통한 인위적인 증시 띄우기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31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증시의 수호신이나 다름 없었다. 지난달 27~28일 이틀 동안 증시를 10.82% 끌어올린 주인공이 바로 ‘국가대표’로 불리는 중국 인민은행(PBOC) 등 정부기관이었다. 또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50개 증권사 대표가 참석한 비공개회의를 열고 중국증권금융공사(CSRC)에 1000억 위안 규모의 자금을 보충할 것을 요구했다. 증권사엔 자사주 매입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뜻밖의 돌변이다. FT는 “시장에 너무 많은 정보가 공개되는 탓에 증시 부양 정책이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중국 정부가 증시에 쏟아부은 돈은 2000억 달러(약 236조원)로 추정된다. 국유기업이 정부 압력으로 사들인 주식까지 고려하면 총 투입액은 5434억 달러(약 642조원)에 이른다고 골드먼삭스는 추산했다. 이러한 총력전에도 상하이 증시가 최고점을 기록한 6월 12일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시장에서 4조5721억 달러가 증발했다. 이만저만한 실패가 아니다.

 이제 중국 정부는 ‘물량 공세’ 대신 ‘마녀 사냥’에 나서고 있다. 중국 공안부는 증시 관련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179명을 검거하고 관련 웹사이트 165개를 폐쇄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중국 최대 투자은행인 중신증권 사장과 경제 잡지인 재경(財經) 기자,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 전·현직 공무원 등 11명을 불법 주식 거래 혐의로 체포했다.

 중국 정부의 태도는 사뭇 서슬 퍼렇지만 시장은 정부의 태도 변화를 ‘일관성 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게리 알폰소 선완훙위안그룹의 트레이더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연계된 펀드의 주식 매입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는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상설 부활과 맞물려 글로벌 시장의 불안감을 다시 키우고 있다. 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 인상은 사실상 물 건너 간 듯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 탓이다. 그는 지난달 26일 “9월에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정상화(인상)를 언제 시작할지 결정하는 일이 몇 주 전보다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며 “하지만 회의가 열릴 때 미국 경제의 형편과 글로벌 금융 시장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정상화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들리는 FOMC 상근 멤버로 월가의 의견을 대변한다. 글로벌 시장이 그의 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당시 시장은 그의 말 가운데 “9월 인상 논의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는 대목을 중시했다. 그런데 하루 뒤인 27일 미 상무부가 “올해 2분기(4~6월) 성장률이 3.7%(연율)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7월 30일 발표된 속보치(2.3%)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순간 더들리 말 중 “미국 경제 형편과 글로벌 시장 상황에 따라 정상화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대목에 시장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9월 인상설의 부활이다.

 여기에다 스탠리 피셔 Fed 부의장이 기름을 부었다. 그는 지난달 2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가 인상적이었다”며 “중국발 시장 혼란으로 오래전부터 예상된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줄어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미·중 불확실성 때문에 31일 국내 증권시장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질 못했다. 이날 코스피는 0.2% 오른 1941.49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0.12% 내린 687.11을 기록했다. 달러당 원화 가치는 8.9원 하락한 1182.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현옥·정선언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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