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재발 막자 … 17년 만에 의사 출신 복지장관 정진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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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정 후보자는 정형외과 전문의로 소아 뇌성마비 치료 분야의 권위자다. [오종택 기자], [중앙포토]
김현숙 복지수석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보건복지부 장관 교체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신임 장관 후보자로 박 대통령은 정진엽(60)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지명했다. 또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에 김현숙(49)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원영 고용복지수석 등 기존의 보건복지 라인을 모두 경질한 것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종식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번 교체 인사를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금 전문가에서 의사 출신의 보건 전문가로, 고용복지수석은 관료 출신의 복지행정 전문가에서 조세·복지 전문가로 바뀌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의 책임을 묻는 인사”라며 “조기에 인사를 마무리해 국정운영에 매진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황교안 총리 체제’를 개각 없이 연말까지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개혁·경제 과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1995년 서울대병원 인체동작분석실에서 컴퓨터와 적외선 카메라로 어린이 뇌성마비 환자의 동작을 분석하는 정 후보자. [오종택 기자], [중앙포토]

  25년간 서울대 의대 정형외과 교수로 재직해 온 정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 보건의료 시스템 을 혁신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라고 한다. 정 후보자는 “의료인인 제가 지명받은 것은 복지와 더불어 대한민국 보건의료 체계를 더욱 발전시키라는 뜻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소아 뇌성마비 치료의 권위자다. 의대 7년 선배인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분당서울대병원장이 된 후 개원 이래 최대 규모의 경영 실적을 달성하는 등 경영 에도 탁월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특히 정보기술(IT)을 병원 경영에 접목하는 데 큰 관심을 보여왔다. 병원장으로 재직할 때 환자 의무기록과 간호·약제·행정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한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 개발에 공을 들였다. 그는 당시 “환자가 병원에 와서 남긴 모든 기록을 한 번에 볼 수 있어야 진단도, 치료도 빠르다”는 지론을 펼쳤다. 그 결실로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압둘라 어린이전문병원 등에 의료정보시스템 ‘베스트케어’를 수출했다. 병원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지난 3월 중동 순방 당시 사우디 보건부와 현지 병원에서 베스트케어에 대해 설명을 듣고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 후보자와 가까운 사이인 한 의사는 “박 대통령의 주치의인 서창석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박 대통령에게 정 후보자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해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98년 주양자 전 장관 이후 17년 만에 의사 출신 복지부 장관이 나오게 된다. 복지부 일각에선 “올 하반기 핵심 현안인 국민연금 개혁을 의사 출신 장관이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김현숙 의원을 고용복지수석에 발탁하면서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이뤄내겠다는 뜻도 강하게 드러냈다. 김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2013년 기초연금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데 기여했고,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키는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에 다시 노동 개혁이란 난제를 맡게 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 등을 지내 박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고,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도 가까운 사이다.

글=신용호·이에스더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서울

▶서울고, 서울대 의대 정형외과 박사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과장, 진료부원장, 병원장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충북 청주 ▶청주 일신여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새누리당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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