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대수랴 … 광주일고 6번째 정상 헹가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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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고 김태진이 성남고와의 대통령배 결승전 연장 11회 말 끝내기 안타를 때린 뒤 환호하고 있다. 아쉽게 역전패한 성남고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빗줄기보다 굵은 눈물을 흘렸다. [김성룡 기자]
김선섭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는 광주일고 선수들. [김성룡 기자]

4시간14분간의 치열한 진흙탕 싸움. 승자는 광주일고였다. 광주일고가 8년 만에 대통령배를 품에 안았다.

 광주일고는 2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9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주최, 케이토토 협찬) 결승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성남고를 11-10으로 이겼다. 광주일고는 2007년 이후 8년 만에 통산 6번째 우승(1975·80·83·2002·2007·2015년)을 차지하면서 경북고·부산고와 함께 최다 우승팀이 됐다. 빗속에서도 열띤 응원을 펼친 300명의 광주일고 동문들은 서로 얼싸안고 목청 높여 교가를 불렀다. 창단 첫 우승을 노렸던 성남고는 69년과 93년에 이어 또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경기 초반은 팽팽했다. 김선섭 광주일고 감독은 직구에 강한 성남고 타자들을 감안해 선발로 에이스 김현준(18) 대신 최승훈(18)을 내세웠다. 최승훈의 빠른 공은 최고 시속 129㎞에 머물렀지만 변화구를 앞세워 6과3분의1이닝 5피안타·1실점 호투했다. 준결승까지 홀로 4승을 올린 성남고 성재헌(18)도 선발로 자원 등판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선제점은 광주일고가 뽑았다. 4회 말 2사 2·3루에서 김도길이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성남고도 만만치 않았다. 6회 말 1사 3루에서 홍신서의 뜬공 때 좌익수 정택순이 멋진 홈송구로 3루주자 최지훈을 잡아냈다. 추가 실점 위기를 넘긴 성남고는 7회 초 1사 1루에서 대타 전경원이 1타점 2루타를 때려 1-2로 추격했다. 경기 전부터 내리던 빗줄기는 3회부터 굵어졌다. 성남고는 8회 초 2사에서 이동규가 볼넷을 고른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5번타자 김성협이 친 공은 내야 높이 떠올랐다. 그러나 유격수 류승현은 비 때문에 공을 보지 못해 놓쳤다. 실책성 안타. 그 사이 이동규가 홈을 밟아 2-2가 됐다. 성남고는 정택순의 2루타로 2사 2·3루를 만든 뒤 정성훈이 2타점 2루타를 때려 경기를 뒤집었다. 기가 꺾인 광주일고는 수비가 흔들리면서 9회에도 3점을 내줬다.

 하지만 9회 말 광주일고의 저력이 발휘됐다. 성남고 두 번째 투수 하준영이 던진 공을 김우종·홍신서·류승현이 연속안타를 쳐 3-7을 만들었다. 1사 만루에서는 김태진(19)이 좌익수 방면 3루타를 때려 6-7로 추격했다. 광주일고는 볼넷 2개로 만든 만루에서 최지훈의 2루 땅볼로 결국 동점을 만들었다. 성남고는 1루 주자 강성호가 2루에서 아웃되면서 한 슬라이딩이 수비 방해가 아니냐는 어필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때 양팀 선수들과 관중이 흥분하면서 잠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결국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성남고는 연장 10회 초 볼넷 2개와 상대 실책을 묶어 2사 만루를 만들었다. 4번타자 이동규는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빠져나가는 안타를 때려 두 명의 주자를 불러들였다. 광주일고는 10회 말 1사 만루에서 김태진의 뜬공을 우익수가 놓치는 바람에 행운으로 1점을 따라붙었다. 이어 정찬식의 스퀴즈 번트로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9-9.

 잔디가 아닌 그라운드에서 뒹군 선수들의 유니폼은 진흙 색이었다. 처절한 승부는 연장 11회에 끝났다. 11회 초 1점을 내준 광주일고는 1사 뒤 김우종의 평범한 내야 뜬공이 안타가 되는 행운 이후 홍신서의 안타, 류승현의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었다. 신제왕의 몸맞는공으로 10-10 동점을 만들었고, 김태진이 친 뜬공을 3루수 이동규가 놓치면서 경기가 끝났다.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성남고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빗줄기보다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6타수 4안타·5타점을 기록한 김태진은 타점왕에 오르며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김태진은 “어려운 경기를 이겨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다”고 웃었다. 김선섭 광주일고 감독은 “코치 시절 9회 말 끝내기로 이겼던 서울고와의 2007년 대통령배 결승전(10-9 승)이 생각났다. 운도 많이 따랐고, 선수들이 악조건 속에서 잘해줘 고맙다”고 했다. 우수투수상은 김현준, 감투상은 성재헌에게 돌아갔다.

글=김효경·김원 기자, 이성웅 인턴기자 kaypubb@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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