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회의 2년간 두 번뿐 … 그나마 한 번은 전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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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4일 가동한 ‘종합대응 컨트롤타워’는 민관 합동 전문 태스크포스(TF)다.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등 민간 전문가 8명이 참여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솔직히 말해 국내에 진정한 메르스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다. 나도 바이러스 전문가지만 메르스 전문가는 아니다. 언론에 전문가로 소개되는 분들도 세계보건기구(WHO),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에 있는 자료를 인용해 얘기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메르스는 2012년 발견된 신종 감염병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메르스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 전문가가 없다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모아 미리 연구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이종진(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확진 환자가 나오기 전 메르스 대책 전문가 회의를 딱 두 번 열었다. 중동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듬해인 2013년 6월 25일 서울역 KTX 제1회의실에서 개최한 회의가 처음이었다. 대학교수 5명과 공무원 3명이 참가했다. 지난해엔 이마저 전화회의로 대체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참석자 명단과 회의록 등을 공개하라는 의원실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런 사정은 환자가 발생한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민관합동대책반이 꾸려지고 전문가 자문단이 조직됐지만 ‘형식적 조직’이란 평이 많다. 질병관리본부는 자문단이 “10명 정도”라고 밝혔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 종합병원 감염내과 의사는 “솔직히 현재 자문단은 어디까지라고 범주가 정해져 있지 않다. 실제로는 몇몇 분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선 의사들은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며 네이버 밴드(메신저 대화방)를 만들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지난해 첫 환자가 발생했지만 2차 감염 차단에 성공한 미국의 경우는 우리와 달랐다. <본지 6월 3일자 4면>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는 2013년 한국과 같은 날(현지시간 6월 24일)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NIH 본원에서 메르스 전문가 회의를 열었다.

 이날 오전 8시15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릴레이로 진행된 회의에는 총 56명이 참석했다. 미 보건복지부와 NIH 공무원은 물론 유명 병원·대학의 의사·교수가 총망라됐다. 비율로 보면 의사보다 생물학·면역학 등을 전공한 과학자가 더 많았다. 의사도 감염내과·소아과 등 전공 분야가 다양했다. 저명한 외국 학자와 과학 관련 비정부기구(NGO) 대표, NIAID 홍보(과학 소통) 담당자도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총 12개 세션에 걸쳐 메르스의 A부터 Z를 꼼꼼히 따졌다. 해외 환자 발생현황 같은 단순 통계뿐 아니라 바이러스의 특성, 실험용 동물 모델과 치료제·백신 개발 등 메르스와 관련된 모든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와 향후 전망에 대해 토론했다. 참석자 명단과 회의록은 인터넷에 공개했다. 1년 뒤 실제 환자가 발생했을 때 미 정부는 손쉽게 확산을 차단했다.

 김정기 고려대 약대 교수는 민관 합동 TF 구성에 대해 “현재는 메르스가 확산되는 상황이라 방역 전문가인 의사들이 중심이 되는 게 맞다. 하지만 사전 연구 땐 미국처럼 다양한 과학자가 참여했어야 했다. 앞으로 바이러스가 변종으로 확인되거나 치료법 개발 등을 논의할 때는 관련 과학자들의 조언을 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한별·정종훈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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