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가톨릭 설교자마저 "한국과 성전 벌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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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과 성스러운 전쟁을 해야 한다.”

28일부터 4박5일 간 북한을 방문했던 독일의 한국통 하르트무트 코쉬크 독일 연방의원은 이 말을 들었을 때 가장 화났다고 했다. 베네딕트 교단의 타실로 랭거 신부와 함께 한 평양 장춘의 가톨릭 교회 미사에서였다. 한 설교자가 남한을 향해 증오를 쏟아냈다고 한다. 그는 3일(현지시간) 독일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소감을 털어놓았다. “독일 대표단을 초청한 자리에서 늘어놓은 증오에 가득 찬 설교는 다시 한 번 북한이 외교적 공세와 완고한 이념적 요구들을 반복적으로 지속한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줬다. 짧은 기간 받았던 북한에 대한 좋은 인상마저 이런 호전적 행위로 망쳐버렸다.”

그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이종혁 조선독일친선의원단 위원장 등과 정치 대화도 했다. “과격할 정도로 솔직했으며 동시에 세련된 대화를 했다”고 했다. 이어 “북한 지도부는 미국에 구애 공세를 펴면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중단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 같다. 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되자 북한의 태도가 다시 강경해졌다”고 전했다.

2002년 수교 이후 지속적으로 북한을 방문해온 코쉬크 의원은 그간의 변화상도 전했다. “평양은 최근 몇 년간 크게 바뀌었다. 중국과의 관계 덕분인 듯한데 비행장 인근에 새로운 도시구역이 생겨나고 평양 시내에도 과학자들을 위한 새로운 주거지역이 건설되는 등 평양에서 활발하게 건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평양을 벗어나도 달라진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논마다 모내기 중이었고 과일·채소밭도 있었다. 구석구석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극심했던 기아로부터는 어느 정도 벗어난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바로 사람들에게서 였다. 그는 “남한 사람들보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 작았다. 영양 부족이 명확해 보였다”고 했다. 7선의 코쉬크 의원은 한독 통일외교정책자문위원회 독일 측 위원장, 한독포럼 공동대표 등을 맡고 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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