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감염 2명, 병원 6인실 사용 … 방역망 벗어난 메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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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3차 감염자 발생으로 대규모 감염 우려가 커졌다. 3차 감염이란 최초 환자에게 감염된 2차 환자에게서 다른 사람이 다시 전염되는 것을 말한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지난 1일 추가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6명 가운데 23번째 환자(73)·24번째 환자(78)는 16번째 확진 환자(2차 감염자·40)와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간 나왔던 감염자들과 달리 최초 환자와의 접촉이 전혀 없었다. 최초 환자에게서 두 단계 이상 건너 바이러스가 전파된 3차 감염자인 것이다.

 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2차 감염자는 지난달 31일 16번째로 확진 받은 40세 남성 환자다. 이 남성은 다른 호흡기 질환으로 지난달 15~17일 최초 환자가 있던 경기도 B병원의 같은 병동에 입원했다. 당국은 이 남성이 이때 메르스에 감염됐다고 본다. 그는 이후 퇴원해 대전의 집에 머물렀고, 지난달 20일께 고열 증세가 나타났다. 이 남성은 증세가 심각해지자 지난달 22~28일 대전의 D중소병원에 입원했다가 증세가 악화돼 28~30일 규모가 더 큰 대전 E대학병원에 입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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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감염자 두 사람은 이 남성과 E대학병원에서 사흘간 같은 병실(6인실)을 썼다. 두 병원은 이 남성이 B병원에 입원했던 사실을 몰랐다. 이미 메르스 확산 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한 때였지만 보건당국은 일선 병원에 관련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천병철 교수는 “전국 병원에 메르스 의심 환자나 격리 대상자가 방문한 병원이 어딘지 정도는 알려줬어야 의심 환자가 오면 걸러낼 수 있다. 확산을 막고 의료진과 다른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병원들이 환자의 진료 과정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해당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국내서 메르스 환자가 나온 판국에 감염내과 전문의가 있는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걸러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이 남성의 존재를 파악한 건 지난달 31일이다. 지난달 28일 격리관찰대상 기준을 경기도 B병원의 같은 병동 환자로 넓히면서 뒤늦게 찾았다. 초기엔 같은 병실에 있던 사람만 기준으로 잡았다가 8일 후 범위를 넓히다 보니 열흘 이상 발견이 늦었다. 그동안 이 환자는 정부 방역망 밖에서 병원 두 곳을 거친 뒤였다. 이 환자는 두 곳에서 6인실에 입원했기 때문에 추가로 3차 감염자가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의료진, 환자 가족 등 접촉자를 모두 포함하면 전체 격리관찰대상자는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천 교수는 “중동에서도 70% 정도가 병원 내 감염이었다. 따라서 지금처럼 병원 내에서 2차 환자가 3차, 4차 환자를 만드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라며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밀접 접촉자를 빨리 찾아내 격리 조치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3차 감염이 병원 감염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서울대병원 오명돈(감염내과) 교수는 “병원은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 있어 메르스 확산이 쉬운 환경이다.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지역사회 확산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보라매병원 방지환(감염내과) 교수는 “아직까지는 3차 감염이라고 해도 병원 내에서 일어난 감염이기 때문에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2차 감염자들이 얼마나 많은 3차 감염자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지역사회 전파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본부도 3차 감염 확산 가능성을 작게 보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기관 밖에서의 감염이 나타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응 수위를 ‘주의’ 단계로 유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병원 내 감염이라는 이유로 ‘3차 감염’이라는 표현 자체를 쓰지 않고 있다.

이에스더·신진호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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