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매일 마시는 커피, 정말 피로를 풀어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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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카페인 권하는 사회
머리 카펜터 지음
김정은 옮김, 중앙북스
360쪽, 1만5000원

미리 밝혀두자면 저자 역시 카페인을-아마도 커피로-꾸준히 즐겨온 사람이다. 이 책을 쓰면서도 종종 커피를 들이켰단 얘기다. 그렇게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물질임에도 카페인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사회적으로 간과해온 사실이 참으로 많다는 게 그의 출발점이자 초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카페인이라면 흔히 커피나 차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다양한 청량음료를 비롯해 미국에서 소비되는 카페인의 절반 가량은 이런 식물에서 얻어진 게 아니다. 요산을 기본으로 삼아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이다. 그 중에도 세계 최대 카페인 생산공장이 자리한 중국산일 확률이 높다. 카페인이 든 식품 종류도 상상 이상이다. 에너지드링크·콜라·‘오렌지 맛’ 음료 등은 물론이고 알약 형태, 씹는 껍, 혀 위에서 녹여 먹는 시트, 짜서 물에 타 마시는 제품까지 있다. 맑은 정신을 되찾기 위해 쓰는 것만도 아니다. 철인 3종 경기처럼 지구력이 중요한 종목의 선수들은 경기 도중 젤 형태의 카페인 제품을 전략적으로 섭취하곤 한다. 그 신체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평소 카페인을 전혀 섭취하지 않거나 경기 전 며칠 동안 끊기도 한다.

 카페인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남용약물’로 취급되진 않는다.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안전한 건 아니다. 정제한 카페인은 쓴 맛 나는 흰색 가루다. 한 숟가락 정도인 10g이면 치사량이다. 카페인 가루를 에너지드링크와 함께 입에 털어 넣었다 숨진 가수도 있다. 물론 커피로 이 정도 분량을 섭취하려면 수십 잔을 단번에 들이켜야 한다. 헌데 몇 잔까지가 괜찮은 건지 정확히 단언하기도 쉽지 않다. 사람 따라 그 효과가 다르거니와 커피의 품종·추출과정·생육과정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병에 든 음료 형태의 카페인 함유 제품도 그렇다. 저자는 카페인 함량을 규제하거나 함량 표기를 의무화한 다른 나라들의 사례와 대비시켜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한다.

 저널리스트답게 저자의 현장 취재와 균형 잡힌 시각이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정보가 풍부하다. 커피·초콜렛을 통해 인류가 카페인을 섭취하기 시작한 역사,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이 ‘커피 브레이크’란 말까지 만들며 커피 보급에 힘 쏟은 이유, 각종 커피·콜라·에너지드링크를 대중화시킨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 인체 상태에 따른 긍정적·부정적 효과에 대한 여러 실험 결과가 골고루 등장한다. 기억해 둘 것은 카페인이 우리에게 활력을 느끼게 하는 방식이다. 카페인은 우리 뇌에 ‘졸립다’는 신호를 전달하려는 아데노신이란 물질의 작용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피로를 원천적으로 풀어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알면 약, 모르면 독이란 건 카페인 사용법도 예외가 아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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