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허송 … 타협 못한 공무원연금 대타협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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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27일 국회에서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미진한 쟁점을 다룰 실무협의기구 구성에 합의해 사실상 활동을 연장했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새누리당 조원진·새정치연합 강기정 공동위원장(왼쪽부터)이 회의를 마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빈 기자]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사실상 활동 기한을 연장했다. 활동 종료를 하루 앞둔 27일까지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해 빈손으로 끝날 위기에 놓이자 실무협의기구 구성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인 새누리당 조원진,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은 이날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활동 종료를 선언하며 “미진한 쟁점사항에 대해서는 실무기구를 구성해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의 결과보고를 발표했다. 실무기구의 활동기간은 여야 원내대표가 결정하기로 했다. 실무기구가 단일 합의안을 완성할 때는 공무원연금 개혁안뿐 아니라 ‘공적연금 기능 강화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회적기구 구성 및 운영방안’도 포함하기로 했다. 주말 동안 실무기구가 구성되면 30일 첫 회의를 열 계획이다.

 공식적으로는 90일간의 활동을 종료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타협기구의 연장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한 일도 없이 간판만 바꿔 달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타협기구는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지만 ▶재정추계 모형(개혁안이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는 통계 모형) ▶기존 연금 수급자의 5년간 수급액 동결 등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해서다.

 이날 전체회의는 가까스로 열렸다. 전날부터 대타협기구 회의에 참석을 거부하던 새정치연합이 참석으로 선회하면서다. 회의에선 새누리당과 공무원 노조 측이 충돌했다.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 김성광 위원장이 “기한에 대한 제약이 없다면 한번 논의해볼 수 있다”고 발언한 게 발단이었다. 조원진 의원은 “아예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지 말자고 얘기하라. 국민들이 안 두렵느냐”고 비판했다.

 결국 회의를 중단하고 여야가 3시간 가까이 논의한 끝에 시한을 못 박는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이에 앞서 공무원단체 측은 “(보험료를) 더 내는 방향으로 고통 분담을 감수할 수 있다”면서도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 비율)은 현행 수준(57%)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시 숫자는 빠진 밑그림뿐이었다. 야당과 공무원단체가 숫자를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무기구를 만들기로 해 협상의 실마리를 찾는 건 여전히 난해하다. 여야 입장도 팽팽하다.

 새누리당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표가 개혁의 절박성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야당이 눈치를 보는 사이에 국민과 개혁, 둘 다 놓칠 수 있음을 명심하라”(원유철 정책위의장)고 압박했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이날 우윤근 원내대표에게 “지급률이나 급여율, 이런 말은 이해하기 좀 어렵다. 그래서 소득대체율 개념이 중요하다”며 “우리 당의 안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당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새로운 절충안이 부상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의 개혁안을 받아들여 공무원연금에 국민연금 방식을 일부 도입하되 부담률(보험료율)은 10%, 지급률은 1.65%로 하자는 것으로 김용하 순천향대(금융보험학) 교수가 제안한 내용이다. 현재보다 부담률은 3%포인트 높이고, 지급률은 0.25%포인트 낮추는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이다. 강기정 의원은 절충안을 환영하면서도 “지급률을 1.65%로 확 낮추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김태일 고려대(행정학) 교수가 제시한 절충안을 유지하면서도 ‘김용하안’으로의 협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글=허진·정종문 기자 bim@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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