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기대 허물어진 시범택시 8개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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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2월 50대의 「시범택시」 가 서울시내에 새색시처럼 등장 했을때 그 산뜻함은 눈이 시원했다.
중앙부처인 교통부가 직접 그런 사업을 추진한다는 데서 닭잡는데 소칼을 쓰는 부조화의느낌이 없지 안았지만 눈이 번쩍이는 차체하며 말끔한 실내 단정한 제복을 입은 운전사의 깍듯한 서비스와 안전운행 『이제야 택시다운 택시를 봤다』 는 것이 타본 시민들의 흐뭇한 반응 이었다. 비록 민간택시회사를 믿을 수 없다는 불신에서 발상 된 사업이기는 하지만 정말 정부가 본때를 보이는구나 했다. 이런 택시가 운항되면 교통부가 설명한대로 정책수립에 필요한 정확한 자료의 수집과 함께 택시서비스의 획기적인 향상과 운수업계의 풍토개선도 기대할 수 있으리 라고 여겼다.
그러나 불과 8개월만에 이 같은 시범택시에의 기대는 허물어지고 있다.
운영을 맡고 있는 교통부산하 교통안전 진흥공단 측이 당초운전사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생활급에 미치지 못하는 이름만의 사납금기준 월급제를 계속, 이에 반발하는 운전사들과 노사분규를 벌이면서 야기된 사태다. 시범택시가 일반택시의 「말썽」 까지를 시범하는 꼴이다.
문제는 현행 월급제의 모순에 있다.
운전사들은 현재의 서물시 도로교통여건에서 법규를 지켜 운행한다면 「양심적으로 애기해서」 하루평균 4백∼4백30km를 운행, 5만∼5만3천원의 수입을 넘어설수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 해서 받을 수 있는 월급은 24만6천7백20원.
그러나 지난4월 공단이 시범택시운영 두 달만에 내놓은 통계는 한사람이 평균 6만6천5백원을 입금, 33만5천원의 월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액이 바로 속도위반, 손님 골라 태우기등 「비양심적으로」 올린 수임이라는 것이 운전사들의 고백이다.
교통부는 지난해10월부터 택시운전사 월급제를 추진하면서모든 택시에 수입이 낱낱이 기록되는 전산미터를 달게되면 사납금제도를 없애고 버는대로 몽땅 회사에 내고 고정월급만 받는 완전한 월급제를 실시 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완전한 월급제란 현재 7만1천4백여원의말 뿐인 기본급을 대폭 올리고 월급수준자체를 높여야할 것으로 교통부도 보고 있다. 내년1월부터 서울등 6대도시부터 그런 월급제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시범택시는 발족당시부터 전산미터기를 달고 5월부터는 운행속도등 운전사의 근무상황까지 파악되는 타코 미터기까지 달아 전액 입금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현재의 불 완전한 사납금기준 월급제를 그대로 적용, 월급을 주어 말썽이 시작된 것이다.
시범택시는 장사를 위한 사업이 아니다.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생계에 쫓겨 비 양심운전을 한 결과로 얻어진 자료를 어떻게 정확하다고 믿고 정책의 기초로 삼을수 있을 것언가. 불신에서 시작된 사업이 불신으로 끝나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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