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증세는 마지막 수단, 여야 먼저 합의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4일 연말정산 긴급 현안보고를 위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문창용 세제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 부총리는 증세 논란과 관련해 “국민적 동의를 얻어 추진할 마지막 수단”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오른쪽은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경빈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증세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다. 증세 논란과 관련, 최 부총리는 “지하경제 양성화나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세수를 자연스럽게 올리되, 안 된다고 결론이 되면 국민적 공감과 동의를 얻어 추진할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마지막 상황까지 간 건 아니다”고 말해 현 시점에서의 증세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세율을 올린다고 세금이 더 걷힌다는 건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라고도 했다. 복지 논쟁에 대해선 “고복지-고부담, 중복지-중부담, 저복지-저부담 등 복지라는 같은 단어를 놓고서도 여야 정치권과 국민 인식이 다 다르다. 컨센서스(합의)가 먼저 성립돼야 재원조달을 어떻게 할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정산 방식을 소득의 일정금액을 빼줘 과세 대상 소득을 줄여주는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산출세액에서 세금 자체를 빼주는 방식)로 바꾼 것이나, 담뱃값을 올린 게 증세가 아니라는 입장도 고수했다. 최 부총리는 “증세는 세목을 신설하거나 최고 세율을 올린다는 의미”라며 “경제가 살아나 세금을 많이 낸다든지, 비과세 감면 폭을 줄이는 건 증세가 아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에서도 비판이 나와 논쟁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정부와 청와대가 증세의 의미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했다. 소득세나 법인세 인상은 없었지만 비과세 감면 축소 등으로 증세는 했다. 소위 박근혜식 증세는 한 거다.”

 ▶최 부총리=“그런 식이면 경제가 살아나서 세수가 늘어나도 증세다.”

 ▶나 의원=“비과세 감면 등 박근혜식 증세는 한계에 도달했다. 연말정산에서 봤듯 손해 보는 사람이 가만 안 있는다. 국민대타협을 통해 증세를 논의할 타이밍이 됐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국민은 부담이 이전보다 늘었을 때 증세라고 느끼는데, 정부는 세목과 세율을 이야기하면서 증세가 아니라고 한다. 그 괴리가 문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법인세 인상을 요구했다. “국세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9년 9.8%에서 2013년 13.3%로 높아졌지만, 같은 기간 25.8%였던 법인세의 비중은 25.9%로 사실상 그대로다. 대기업 사내유보금은 322조원에서 588조원으로 82%가 늘었다”(새정치연합 박광온 의원)면서다. 최 부총리는 “경기침체로 주요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법인세는 국제 경쟁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보다 사정이 좋지 않은 일본도 법인세를 낮추겠다고 하고 미국의 예산안에도 법인세를 대폭 내리는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13월의 세금폭탄’ 논란을 불러온 올해 연말정산과 관련해선 “여러 가지 불편이 있어 책임자로서 송구하다”며 “ 3월까지 근로소득자 1600만 명에 대해 세부담 증감 등을 면밀히 분석해 공제항목 및 공제 수준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골프장 세율 인하 검토한 적 없다”=최근 박 대통령이 골프산업 활성화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최 부총리는 “골프장 세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에 골프 활성화 방안을 주문했고, 정부가 “조만간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세율 인하 논란이 일었다.

글=권호·정종문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