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당정 협의는 형식적 … 정부 발표 직전에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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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박계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인사·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빈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2일 저녁 오랜만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원내대표 당선 직후였다. 박 대통령은 그에게 “당·정·청 조율에 애써달라”고 당부했고, 그는 “조율 잘 하겠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답했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는 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뒤 “나는 스스로 비박계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세종시 수정안 공방 때도 끝까지 박 대통령을 도왔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과 멀어졌다는 평가에 대해 “서로 생각 차이가 있는 부분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어 이견이 표출되다 보니 그렇게 비춰지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인터뷰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주요 문답.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좋은 보좌를 못 받아 판단에 문제 있다’고 말한 적 있다.

 “(박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엔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데 많은 노력을 하셨는데 그런 게 줄어든 것 같아서 쓴소리를 했다. 지금도 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 초에 내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정책·인사·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지금 전부 그게 문제가 돼서 지지율이 29%까지 떨어진 것 아닌가.”

 -총리 후보자도 장관 3명도 당 출신인데 왜 당이 국정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나.

 “당 출신 장관들이 일반 장관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보긴 어렵다. 그분들 갔다고 해서 더 나아졌다, 이렇게 보긴 힘든 거 아닌가. 그동안 당정 협의를 보면 정부가 미리 방향을 정해놓고 발표 직전에 다소 형식적으로 회의를 열었던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론 미리 충분히 상의를 하고, 당이 하고 싶은 일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최경환 경제팀에 대한 평가는.

 “현 경제팀이 성장이나 경제활성화를 위해 애쓰는 건 토 달 게 없다. 다만 단기부양책이 효과가 있으려면 ‘경기 부양→성장→세수 증대’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같이 저성장이 고착화된 시기에 단기부양책을 쓰면 돈만 쓰고 성장엔 별 효과가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성장시키는 정책들과 복지나 분배를 신경 쓰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책들은 같이 가야 된다. 경제활성화 한다고 다른 쪽을 게을리하면 양극화 문제를 어떡할 건가.”

 -복지 감축보다 증세에 무게를 두나.

 “‘저부담-저복지’에서 ‘중부담-중복지’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려면 단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세금 때문에 난리가 난 상황이다. ‘중부담-중복지’로 갈지, 그냥 지금처럼 있을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야당도 고민일 거다. 무턱대고 내년 총선에서 또 무상공약을 내놓을 수 없게 됐다. 증세와 복지 이슈에 대한 성숙한 선택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복지·세금·노동 등 ‘민생전담기구’를 당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라고 고집부리는 거는 버리고, 사실상 증세하면서 증세 아니라고 거짓말해서 국민을 이중으로 화나게 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내년 4월 개헌 국민투표’를 제안했는데.

 “기본적으로 개헌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개헌 논의조차 못한다, 이것도 답답한 주장이다. 나는 적극적 개헌론자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니까 청와대와도 상의하고, 의원총회를 열어 개헌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논의할 수는 있다. 다수가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면 그때 야당과 세부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시한을 못 박고 개헌을 논의하자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얘기다.”

 -청와대 인적 개편 전망을 어떻게 보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감한 인적 쇄신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했는데, 실제로 어떨지는 모르겠다. 지난번에 총리 후보자와 특보단을 포함한 1차 발표에 국민들의 실망이 좀 컸는데 이번에 추가로 한다니까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하고 또 할 수 없는 현실이니 이번 인사는…. 박 대통령께서 여론을 잘 아실 테니 고민이 클 거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가 관심사인데.

 “그 부분은 언급하고 싶지 않다.”

글=김정하·김경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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