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담뱃값'일까 '담배값'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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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새해 들어 담배 가격이 평균 2000원 올랐다. 흡연자들의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가격이 오르기 전 마지막 달인 지난해 12월에는 전년에 비해 44%나 판매가 급증하는 등 담배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한다. 전자담배 판매가 늘었다고도 한다.

 담배 가격 인상으로 인해 흡연율이 줄어들어 국민 건강이 증진될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부터 서민들의 주머니가 더 가벼워졌다는 부정적 의견까지 요즘 담배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담배 가격’을 나타낼 때 ‘담뱃값/담배값’ 어느 것을 써야 할까. 정부의 담배 가격 인상과 관련해 쏟아지는 신문 기사에는 ‘담뱃값’뿐 아니라 ‘담배값’이란 단어도 적잖이 눈에 띈다. 그러나 ‘담뱃값’이 바른 표현이다.

 우리말+우리말, 우리말+한자, 한자+우리말이 만나 한 단어를 이룰 때 뒤에 나온 단어가 된소리로 발음되거나 두 단어 사이에서 ‘ㄴ’ 소리가 첨가될 경우 사이시옷을 넣는다. ‘담뱃값’은 ‘담배’와 ‘값’이 만나 이루어진 합성어(우리말+우리말)로 뒤에 나온 ‘값’이 ‘깝’으로 발음되므로 사이시옷을 붙여 ‘담뱃값’으로 써야 한다.

 ‘담뱃갑, 담뱃대, 담뱃불, 담뱃잎, 담뱃재’도 이와 같은 구조 로 뒷말이 된소리로 나거나 ‘ㄴ’ 소리가 첨가되므로 사이시옷이 붙는다. 이와 달리 ‘담배질, 담배치기, 담배칼, 담배통’ 등엔 사이시옷이 들어가지 않는다.

 ‘담배꽁초’ 역시 뒤에 붙은 낱말인 ‘꽁초’에 된소리인 ‘ㄲ’이 나오기 때문에 ‘담뱃꽁초’라고 써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러나 ‘담배꽁초’의 경우에는 뒤에 나오는 ‘꽁초’가 ‘공초’에서 발음상 ‘꽁초’가 된 게 아니므로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고 ‘담배꽁초’라고 적어야 한다.

 금연권(禁煙權)처럼 한자어로만 구성된 낱말에는 발음에 관계없이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 다만 두 음절로 된 한자어 가운데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잔(茶盞), 툇간(退間), 횟수(回數)는 예외적으로 사이시옷을 넣는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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