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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뇌졸증'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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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요즘처럼 추울 때 자주 발생하는 병이 뇌졸중이다. 뇌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발 마비, 언어장애, 호흡곤란 등을 일으키는 증상이다. 뇌동맥이 막히거나 갑자기 터져 출혈한 혈액이 굳어지면서 혈관을 막고 주위 신경을 압박해 여러 가지 신경 증상을 일으킨다. 단일 질환으로서는 국내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발생 빈도가 높다 보니 뇌졸중이라는 용어가 많이 등장한다. 주변에서 뇌졸중에 걸린 환자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뇌졸중이 아니라 ‘뇌졸증’이라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반인의 글뿐 아니라 신문에서도 ‘뇌졸증’이란 표현이 눈에 띌 정도다. 심지어 뇌졸중 관련 책의 제목이 ‘뇌졸증’인 것도 있다.

 건망증·우울증·골다공증 등 증상이나 병을 나타내는 단어에 대부분 ‘-증(症)’이 붙다 보니 자연스럽게 ‘뇌졸증’이라 부르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뇌졸중(腦卒中)’은 다르다. ‘뇌졸중’의 ‘졸중(卒中)’은 ‘졸중풍(卒中風)’의 줄임말이고, ‘졸중풍’은 중풍(中風)과 거의 같은 말이다. ‘졸(卒)’은 ‘갑자기’라는 뜻이 있는데 졸도(卒倒)가 이런 예다. ‘중(中)’은 ‘맞다’는 의미가 있으며 적중(的中) 등에서 그렇게 쓰인다. ‘풍(風)’은 풍사(風邪·바람이 병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로 인해 생긴 풍증을 얘기한다.

 따라서 ‘졸중풍’은 ‘갑자기 풍을 맞았다’는 뜻이고, ‘뇌졸중’은 ‘뇌에 갑자기 풍을 맞았다’는 말이 된다. 뇌혈관 장애로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반신불수·언어장애 등의 후유증을 남기는 병을 한방에서 ‘중풍’ 또는 ‘졸중풍’이라 한다. ‘뇌졸중’은 현대의학에서 뇌출혈·뇌경색·뇌혈전 등 뇌혈관 질환을 통틀어 이르는 것이다. 과로·스트레스·흡연·비만 등 유발 원인이 다양하다고 한다.

 결국 한자 표기를 모르다 보니 ‘뇌졸중’을 ‘뇌졸증’이라 부르는 셈이다. 뇌졸중의 ‘중’이 한자로 ‘中’이란 걸 알면 ‘뇌졸증’이라 쓰지 않을 것이다. ‘뇌졸증’은 없다. ‘뇌졸중’ ‘뇌졸증’이 헷갈릴 때는 ‘중풍’을 생각하면 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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