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세네 평 남짓한 점포'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두세 평 내지 세네 평 남짓한 점포. 꽃분이네처럼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밤낮없이 일해 자식들을 거둔 또 다른 덕수와 영자들이 요즘 신바람을 내고 있다. ‘국제시장’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힘입어 영화의 배경이 된 실제 국제시장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 침체됐던 시장 경기가 손님들로 북적이며 활력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부 단위를 나타내는 말 앞에 쓰여 그 수량이 셋이나 넷임을 나타내는 관형사를 ‘세네’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세네 평 남짓한 점포”는 “서너 평 남짓한 점포”로 바루어야 한다. ‘세네’라는 말은 없다. ‘서너’가 바른 표현이다. 그 수량이 둘이나 셋 또는 넷임을 나타내는 관형사인 ‘두서너’도 ‘두세네’로 사용해선 안 된다. “상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는 않지만 두서너 집 걸러 하나씩 긴 열을 형성하고 있다”와 같이 쓰인다.

 셋이나 넷쯤 되는 수, 둘이나 셋 또는 넷쯤 되는 수를 이를 때도 마찬가지다. “시장 상인 세넷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이 참 정겹더라” “장정 두세넷은 필요할 정도로 힘이 많이 드는 일이다”처럼 표현하는 것은 어법에 맞지 않다. ‘세넷’은 ‘서넛’으로, ‘두세넷’은 ‘두서넛’으로 고쳐야 한다.

 넷이나 다섯쯤 되는 수 역시 틀리게 적기 쉽다.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건 꼬깃꼬깃 접은 지폐 너댓 장과 동전 여남은 개가 전부였다”와 같이 쓰는 것은 잘못이다. ‘너댓’은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말이다. ‘너댓’ 대신 ‘네다섯, 너더댓, 너덧, 네댓’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이들 불확정수는 혼자 쓰일 때와 달리 조금씩 형태가 변화해 혼동하는 일이 많다. 하나나 둘쯤 되는 수는 한둘, 둘이나 셋쯤 되는 수는 두셋, 다섯이나 여섯쯤 되는 수는 대여섯(대엿), 여섯이나 일곱쯤 되는 수는 예닐곱, 일곱이나 여덟쯤 되는 수는 일고여덟(일여덟), 여덟이나 아홉쯤 되는 수는 여덟아홉(엳아홉)으로 표기한다. 일고여덟의 표기를 의식해 대여섯, 예닐곱을 다서여섯, 여서일곱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이은희 기자

▶ [우리말 바루기]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