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고 있지만 물가 잡을 자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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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보물경제팀」의 주축인 부총리와 재무장관의 유임은 뜻밖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장 여인 사건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부처이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관계 및 업계에서 그의 유임을 축하하는 전화가 걸려오자 『내가 이번에 물러났어야 했는데… 아뭏든 앞으로 잘 좀 해봅시다』라고 응답했다.
-재 신임 받은 것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책임지고 경제를 잘 이끌어 나가라는 채찍질로 알고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사채파동에 대해서는, 나를 포함해서 경제기획원도 책임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나와 재무부장관이 서로 협조해서 앞으로 그 뒷수습을 하는데 최선을 다할 작정입니다.
이번 사태의 뒤치다꺼리 때문에 많은 돈이 풀릴 모양인데 정부가 내건「물가안전」노선이 허물어진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손을 내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에도 저축이 늘어나고 있으니까 이 비인플레적인 자금을 기업에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새 돈을 찍어 내겠다는건 아닙니다. 물가수준을 보아가면서 신축성 있게 정책을 운용할 예정입니다.
그는 이번에 새 출발을 한다고 해서 경제정책이 크게 바뀌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1·14」조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4개월 동안 현장을 파악하고 나 나름대로 경기활성화대책을 꾸준히 검토해왔습니다. 사채사건 때문에 「5·18」조치가 늦게 시행됐습니다만 이 조치가 반드시 경기의 완만한 회복을 가져올 것으로 믿습니다.
학계나 언론계 등에서 처음엔 내 정책이 잘됐다고 하다가 얼마 후에는 가차없이 비판하더군요. 결국 정책의 결과가 중요하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각 경제부처 장관들과 함께 안정 속에서 경기를 일으키는 정책을 꾸준하게 추진하겠습니다.
-돈을 풀되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는데.
『통화정책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대기업에 돈 주어봤자 곧장 은행으로 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중소기업과 농촌 소득증대사업에 중점적으로 자금을 방출할 계획입니다. 통화량도 어느 정도 증가하고 이의 유통단계도 훨씬 늘어날 겁니다. 이것은 내가 치밀하게 연구한 정책이니 계속 추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다리던 농촌구매력은 왜 되살아나질 않습니까. 『3월중 회복되리라던 예측이 빗나갔지요. 이건 우스갯소리입니다만 시골에는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고 노인들만 남아있는데 이분들이 돈을 움켜쥐고 내놓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이 부분에 관한 부총리의 답변은 궁색하다.
-경기회복은 언제 쯤?
『지난 1월에는 3월쯤 되리라고 낙관했는데 이번에는 신중하게 보지 않을수 없어요. 미국경기가 하반기에 좋아지리라는 것은 여러 가지 숫자가 보여 줍니다. 우리 나라는 지난3월에도 경기예고 지표가 떨어졌지만 투자와 기계수입 부문의 증가세가 뚜렷하며 앞으로 주택경기도 점차 살아나 하반기 경기회복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부 농산물 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최근 쌀값만이 오르고 있는 이상 현상은?
『지금 일반미 값이 7만5천원대 이지만 옛날처럼 다른 품목의 물가상승을 선도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일반미 상품만을 찾는 특수층의 수요가 증가했을 뿐이며 정부미 가격에는 별 영합이 없어요.
-이번 한참 시끄러울 때 공공요금을 꼭 인상했어야 했는지?
『우리는 잘한다고 해서 내놓았는데 오히려 두들겨 맞았습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값을 안올린다 해놓고 며칠 후 요금을 올려 많은 불신을 샀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떳떳하게 요금인상시기를 알러주었던 것입니다. 이제는 국영기업의 체질개선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때입니다.』
-앞으로 「금융자율화」의 운명은?
『지난 20년 동안 금융구조가 왜곡돼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번 사채 파동도 있고 해서 그 과정을 면밀히 분석해서 차분하게 추진할 작정입니다.
은행의 민영화는 먼저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선결요건입니다. 구조적 취약성을 가진 상태에서는 곤란합니다. 은행 민영화 방침에 대해 곧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최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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