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명량’의 흥행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17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명량’의 흥행 비결은 무얼까. 국민 세 명 중 한 명 꼴로 영화를 봤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문화 계간지 ‘쿨투라’ 가을호가 ‘이순신 신드롬’이라는 제목의 특집을 마련해 ‘명량’ 흥행 돌풍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특집은 사학자 김기봉 경기대 교수, 문학평론가 이재복 한양대 교수, 영화평론가 김시무씨의 글을 실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의 ‘명량’ 김한민 감독의 인터뷰도 덧붙였다.

김기봉 교수는 ‘‘명량’이 던진 질문, 우리 사회 누가 적이고, 이순신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시대 변화에 따른 이순신 이미지의 변천 과정을 먼저 분석했다. 왕조 시대에는 ‘충절의 상징’이었다가 일제 강점기에는 ‘민족의 태양’, 5·16 군사정변 직후에는 ‘성웅 이순신’으로 각각 그려졌으나 김지하, 김훈의 『칼의 노래』에 이르러 인간적 고뇌에 주목해 탈신성화, 인간화가 이뤄졌다고 봤다.

한데 영화란 꿈의 공장이다. 따라서 ‘명량’에서 관객이 본 것은 실제 현실이 아니라 꿈꾸는 현실이다. 우리네 삶이 현실과 꿈의 모순의 변증법이라고 할 때 그에 따라 ‘명량’ 신드롬의 의미와 무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고, 그것은 결국 영화라는 텍스트보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시대상황이라는 콘텍스트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논리다.

김 교수는 그런 바탕 위에서 세월호 사건 이후 정치 공방 등 ‘답답한 현실에서 국가 개조의 칼을 들고 나를 구할 위인에 대한 갈증이 이순신 숭배로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또 지금 한국사회와 국민은 수렁에 빠져 있는데 정말 두려운 사실은 국민을 수렁에 빠트린 사람이 정치 지도자들이라며 국민의 각성을 촉구했다.

영화평론가 김시무씨는 ‘민족주의라는 궁극의 이념, 내러티브로 형상화하는데 성공’이라는 제목에 ‘명량’의 성공요인을 집약했다. 김 교수와는 다른 입장으로, 민족주의라는 이념을 기승전결이 잘 짜인 시각적 내러티브로 형상화하는데 성공해 관객들의 높은 지지를 이끌어낸 만큼 영화의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성공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씨는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가 민족주의의 아이콘으로부터 자유롭기는 힘들다고 했다. 그렇다고 이순신을 다룬 영화가 모두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명량’은 민족주의를 너무나 영화적인 시각적 스타일로 다뤘고, 관객들은 그런 스펙타클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명량’은 사극 스펙터클이 정점에 서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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