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처럼 … 미·영 등 선진국선 입양·가정위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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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사진)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입양 가정에서 자랐다. 중학교 시절 잡스가 입양아라며 동네에서 놀림을 당하자 양부모는 과감히 이사를 결심했다. 옮긴 곳은 엔지니어링 분야 관계자가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 로스알토스였다. 양부모는 경제형편상 살기 버거운 동네였지만 아들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선택했다. 좋은 양부모의 보살핌 덕에 잡스는 집 차고에서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인 애플을 만들었다. 잡스는 양부모 손에서 자라면서 “넌 특별하단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고 한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호주 등 선진국들엔 우리나라처럼 대규모로 장기간 보육하는 양육시설이 거의 없다. 미국에선 시설에 머무르는 기간이 한 달 이내다. 그 이후에는 가정 위탁이나 입양을 시킨다. 또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를 가진 아동만 시설에서 양육한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은 전체 보호아동의 20%를 넘지 않는다. 시설의 규모도 우리보다 훨씬 작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주(州)가 아동복지시설 정원을 10~15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6~8명 수준이다. 또 시설에서는 단순한 양육보다는 전문적인 치료 서비스와 교육 및 의료, 상담 등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시설은 아이들을 성년이 될 때까지 관리하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아동의 가족 복귀를 위해 장애가 되는 문제를 완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호주는 가정위탁 중심의 아동복지가 발달했다. 대규모 보호시설은 아예 없다. 영국 식민지 시절 생겨난 고아원은 1960년대 이후 아동인권에 어긋난다는 여론이 일면서 완전히 없어졌다. 공동생활가정(그룹홈)처럼 소규모 가정 형태로 전환된 생활시설이 일부 남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소규모 시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아동도 극소수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90% 이상이 가정에 위탁돼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한 아동복지시설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연령별·신체(장애) 상태 등을 구분해 유아원·아동양호시설·아동자립지원시설 등 14가지 형태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시설도 대부분 정원이 30명 안팎이다. 2004년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정원 6명 정도의 그룹홈 설치를 확대해가는 추세다.

◆취재=강기헌·장주영·이유정·정종문·장혁진 기자
◆사진=김상선·송봉근·박종근·김성룡·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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