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수도권 대학 서로 "우리에게 불공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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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가 대학 구조개혁 방안을 내놓자 대학들은 당혹감 속에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지역 간 균형발전, 대학 경쟁력 모두를 꾀했다’는 교육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 모두 ‘우리에게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반발했다.

 지방대 관계자들은 ‘수도권 대학, 지방대를 한데 묶어 평가한다’는 점에 가장 큰 불만을 나타냈다. 충남대 강병수 기획처장은 “수십 년간 진행된 수도권 집중 현상을 무시한 채 수도권대와 지방대를 함께 평가하는 건 공정한 방식이 아니다”라며 “현재 상태로 평가한다면 아무래도 지방대가 불리하다”고 말했다. 지방대들은 수도권·지방대의 분리 평가를 주장해 왔다.

 수도권에 비해 불리했던 학생 충원율(정원 대비 재학생 수) 등은 적용하지 않고 대학 특성화와 ‘교육의 질’ 등을 도입한다는 방침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그럼에도 지방대들은 “이 정도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전남대 안규윤 기획처장은 “서울 유명 사립대들은 여러 면에서 여유가 있어 지표가 변해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며 “특성화 부문을 감안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지방대가 낮은 등급을 받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수도권 사립대들도 불만이 컸다. 서울 소재 사립대의 기획처장은 “평가에서 학생 충원율을 빼는 건 ‘지방대 살리기’를 위해 학생·학부모의 합리적 선택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육여건, 평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소비자의 판단을 외면하고 정부가 인위적인 잣대로 정원을 조정하는 건 올바른 개혁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동국대 등은 2000년대 중반 정부의 ‘구조개혁 선도대학’ 정책에 따라 정원을 감축했다. 동국대 이학노 전략기획본부장은 “일찌감치 정원 10%가량(518명)을 줄였는데도 이를 감안하지 않고 일방적인 감축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학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지표와 방식을 조기에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이화여대 정제영 기획부처장은 “대학에 따라 남녀 학생의 비율, 예술·체육계나 사범 계열의 비중에 차이가 있는 점을 감안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대들은 일반대와의 분리 평가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신안산대 박성태 기획처장은 “일반대는 연구 중심이지만 전문대는 현장에 맞는 인재를 키우는 게 목표다. 목표가 다르니 평가도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명문대’ 진학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걱정했다. 새학기에 고1, 중2가 되는 두 자녀를 둔 이인숙(47·서울 송파구)씨는 “애들이 진학할 무렵 정원이 줄어든다는 데 당황스럽다”며 “요즘도 ‘인 서울’은 어렵다는데 사교육이 더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 신입생 자녀를 둔 강수진(45·경남 창원)씨는 “좋은 대학의 정원이 줄면 지방 학생은 그런 대학 진학이 한층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천인성·김기환·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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