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명 더 오는데, 집이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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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A사무관은 아직 세종에 살 곳을 구하지 못해 마음이 급하다. 다음달 13일부터 산업부가 경기도 과천에서 세종으로 이전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A사무관은 세종에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2015년 2월에야 입주할 수 있다. 그는 새 청사 주변 전·월셋집을 틈틈이 알아보다가 정 안 되면 KTX를 타고 출퇴근하는 상황까지 각오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세종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공무원은 모두 4800명이다. 교육·산업·문화체육관광·보건복지·고용노동부와 국가보훈처 등 6개 기관 소속이다. 이들의 가족(평균 2.5명)까지 감안하면 이전 대상 인구는 1만2000명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연말까지 다 지어져 입주가 가능한 아파트는 9600가구 정도다. 연말 세종청사 공무원 수(1만 명)에 못 미친다. 게다가 입주 가능 아파트 중 공무원 특별분양분은 평균 60%가량이다.

 그래서 상당수 공무원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청사 주변 신도시) 바깥에 집을 얻어 살고 있다. 조치원·오송역 등 기차역 주변이나 대전 북서부 노은지구 등에 집을 구하는 것이다. 조치원은 청사에서 15㎞ 떨어져 있고, 오송역과 노은지구는 각각 18·17㎞ 거리다. 해양수산부의 한 과장은 “버스·지하철이 많은 수도권이라면 이 정도 거리는 충분히 출퇴근이 가능하지만, 조치원~청사 구간은 길이 좁아 정체도 심하고 배차간격도 길어 많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청사에서 3㎞ 정도 거리에 있는 한솔동 첫마을단지의 임대료는 상승세다. 올해 초 3.3㎡당 2만~3만원 정도로 형성된 월세 시세는 현재 4만원 선까지 올랐다. 20평 주택의 월세가 40만~50만원에서 최대 80만원으로 상승한 것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내년 여름 문화부 청사 옆에 1000실 규모 오피스텔이 완공되는 등 물량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 전까지는 주택 품귀 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행히 이런 주택난이 오래가진 않을 전망이다. 2015년까지 모두 3만1000가구가 입주하는 등 주택 공급에 활로가 트이기 때문이다. 건설청 이연호 대변인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급 물량은 공무원·공공기관 이전 수요에 맞췄기 때문에 초창기 혼란은 겪을 수 있지만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민간 건설사의 추가 분양 계획에 따라 향후 주택 가격이 급락할 수 있어 이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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