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 업종 간 크로스오버 협업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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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사랑하는 디자인 코드 ‘코르셋’과 ‘스트라이프 패턴’을 병에 입힌 ‘코카콜라 라이트 리미티드 에디션’
2 쌤소나이트가 지난 9월에 열린 한국 국제아트페어를 후원하며 현대미술작가 4명과 협업한 여행 가방 3‘겐조×뉴에라’ 모자. 뉴욕의 유명 편집매장 ‘오프닝 세러머니’의 캐롤 림·옴베르토레온이 겐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돼 모자브랜드 ‘뉴에라’와 협업한 작품이다. 국내에서 완판 됐다. 4 건축가 출신 산업디자이너 론 아라드와 협업한 핏플랍의 이색 부츠 ‘집플랍’.

‘더 새로워야 한다.’ 근래 발표되고 있는 콜라보레이션(둘 이상의 사람 혹은 기업의 공동작업으로 협업이라고도 한다)의 공통된 미션이다. 여기서 ‘새로움’이란 창의성과 희소가치를 일컫는 또 다른 말이다. 콜라보레이션을 계속 진화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이 미션은 제법 잘 수행되고 있는 중이다.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유명한 칼 라거펠트는 화장품 슈에무라와 협업을 발표했다. 2012년 홀리데이 컬렉션으로 라거펠트가 직접 그린 ‘몽슈걸’ 캐릭터도 화제다.

패션과 음료의 만남도 있다.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는 코카콜라 병에 마돈나의 코르셋을 입혔다. 코르셋과 스트라이프 패턴(고티에의 시그니처 아이템)을 입은 콜라병의 곡선이 육감적이다. 패션과 자동차가 짝이 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푸마는 자동차 미니와 ‘미니 바이 푸마’컬렉션을 전개했다. 닛산은 지난해 갭의 스웨터를 입은 큐브 자동차를 선보이더니 올 초엔 디자이너 그룹 스티키 몬스터 랩과 함께 디자인한 콜라보레이션 컨셉트카를 발표했다. 신세계인터내셔널 서동미내 대리는 “더창의적이고 희소가치가 있는 협업을 추구하게 되면서 패션과 전자제품, 음료와 자동차 등 이종 업계 간의 교류가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게 초기의 특징이라면 요즘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생산적인 협업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가장 뜨거운 협업 이슈는 ‘연예인’이다.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배우나 가수가 패션업체 혹은 유통업체와 손잡고 이름을 내건 브랜드가 줄을 잇고 있는 것. 가수 박진영은 올 하반기부터 리복 클래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빅뱅의 지 드래곤도 지난 9월 협업 붐에 합류했다. 일본 힙합그룹 엠-플로의 래퍼 버발과 그의 아내 윤이 만든 액세서리 브랜드 앰부시와 지 드래곤,

‘스티키 몬스터 랩’의 캐릭터를 이용한 닛산 ‘콜라보레이션 컨셉트 카’.

멀티숍 마이분이 공동작업해 만든 액세서리가 그것이다. 멀티숍 마이분 바이어 조민정 대리는 “협업의 핵심은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이미 웬만한 협업은 거의 등장했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예인이 왜 협업대상이 되는 지를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앞으로 어떤 형태가 나타날지 모르지만 협업은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작업인 만큼 계속 진화해 나갈 게 분명하다.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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