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숭례문, 준공 서두르지 말고 제대로 복원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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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보 1호인 숭례문 복원방식이 전통기법과는 거리가 있다는 국정감사 자료가 나왔다. 문화재청이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노웅래(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숭례문 주요 자재 구매 내역’ 제목의 국감자료를 보면 안타까운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애초 정부는 2008년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을 전통기법을 사용해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도저히 이를 감당할 처지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교의 경우 전통기법 복원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일본산을 사용했다. 단청 작업에 들어간 안료는 10가지 중 9가지가 일본산이다. 한국산 제품만으론 애당초 복원이 불가능했던 셈이다. 물론 조선시대 건축 당시에도 모두 국산만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전통문화 역량의 현주소가 이 정도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2008년 화재로 소실된 뒤 2010년 시작된 숭례문 복원공사는 여러 가지 잡음을 일으켜왔다. 문화재청이 한 건설회사에 공사 하청을 줬고 이 회사는 다시 전통장인에게 재하청을 주면서 임금체불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나치게 짧은 공사 기간도 문제로 지적됐다. 외국의 경우 단일 건물의 복원공사에도 10년 정도가 걸리는데 숭례문은 자료수집에다 좌우 성곽 복원까지 포함해 기한이 단 5년이었다는 점이 자주 구설에 올랐다. 특히 전통방식으로는 5년 안에 끝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일부에선 “대통령 임기 안에 공사를 끝내기 위해 공기 단축에만 신경 써왔다”는 주장까지 한다.

 이러한 논란 끝에 숭례문은 오는 12월 복원을 마치고 준공될 예정이다. 남은 작업이라도 서두르지 말고 꼼꼼하게 진행해 마무리를 단단히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준공을 미루는 한이 있어도 제대로 복원해야 한다. 서울의 정문인 숭례문 복원공사는 과거의 영화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건축물의 재현을 넘어 현대 한국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잣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