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파문에 서기호 논란까지 … 양승태 대법원장 1년, 뭐가 달라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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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이 오는 27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1년 전 장고 끝에 이용훈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대법관을 지낸 보수 성향의 그를 선택하자 법조계에선 ‘노무현 정부에서 한 클릭 좌측으로 가 있던 사법부의 추가 보수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사법부의 변화보다는 안정 쪽에 무게가 실렸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전망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대법원장 취임 직후 사법부에는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영화 ‘도가니’ 와 ‘부러진 화살’ 파문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에 사법부가 여성과 장애인 대상 성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부러진 화살’은 재판에 대한 국민 불신을 가중시켰다. 당시 양 대법원장은 도가니를 직접 관람한 뒤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충격적이면서 감동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반성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올해 1월 말 아동·장애인 대상 성범죄의 양형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하는 것으로 현실화됐다. 3기째를 맞은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현재 전체 범죄 가운데 78.2%의 양형 기준을 마련했다. 특히 양 대법원장은 최근 “성범죄에 대해서는 친고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양 대법원장은 판사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논란과 서기호 당시 북부지법 판사(현 무소속 의원)의 재임용 문제 등 내홍(內訌) 당시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2008년 이후 3년 만에 서울중앙지법 등 13개 일선 법원이 판사회의를 소집하면서 ‘사법파동’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양 대법원장은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판사 임용 제도를 개선(8월)하고 논란이 된 SNS 사용 가이드라인도 최근 제시했다.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 뚝심 있게 ‘국민과의 소통’을 추진해 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법원은 양 대법원장 취임 1년의 변화상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법원 ▶1심 재판 강화 ▶재판제도 개선 ▶소수자 권리 보장 ▶인사제도 개선 ▶사법행정권 분산 등 여섯 가지를 소개했다.

 실제로 형사사건 항소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상반기 42.3%에 달하던 형사사건 항소율은 올 상반기 35.1%로 크게 줄었다. 1심 재판을 집중심리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1심의 판단에 승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도 증가했다. 대법원은 판례 변경 등 중요 사안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데 지난해 연간 17건에 불과하던 것이 올 상반기(1~6월)에 벌써 21건이나 열렸다. ‘한국형 배심재판’인 국민참여재판도 2010년 162건에서 지난해 253건으로 크게 늘었다. 대법원은 지난 7월부터 국민참여재판을 전체 형사합의 사건으로 확대하고 있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 후퇴

이는 양승태 사법부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첫 여성 대법관(김영란 대법관)을 시작으로 진보 성향 변호사인 박시환 대법관, 비(非)서울대·노동법 전문가 김지형 대법관, 중도진보 성향 정통법관 출신인 이홍훈·전수안 대법관 등 이른바 ‘독수리 5형제’ 대법관 취임으로 다양성이 높아졌던 것과는 대비된다. 현재 여성 대법관은 박보영 대법관 한 명뿐이며 비서울대 출신도 박보영(한양대)·김창석(고려대) 대법관 둘뿐이다. 법원 외부 출신은 양창수(학자) 대법관이 유일하다.

이동현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1년 주요 어록

▶영·미 사회에서 법관이 존경받는 이유는 그 사람이 법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법관이 되기 전에 이미 존경받고 있던 사람에게 법관직을 맡겼기 때문이다. [2011년 9월 27일 취임사에서]

▶법관에게 칼이 있다면 가느다란 한 가닥 말총에 매달려 천장에서 우리의 머리를 겨누고 있는 ‘다모클레스의 칼’이 있을 뿐이다. 만일 그 가닥에 조그마한 상처라도 생긴다면 언제라도 칼이 법관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2012년 2월 27일 서기호(현 무소속 의원) 판사 재임용 탈락 논란 과정에서 법관의 자세를 강조하며.]

▶성폭행은 전 사회를 어지럽히는 무서운 범죄로 봐야 하므로 친고죄로 유지해야 할 사회적 근거도 사라졌다.[2012년 9월 23일 성폭행 친고죄 조항 폐지를 주장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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