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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단속은 누가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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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강갑생
사회1부 차장

서울 서소문 일대에는 회사가 많다. 그래서 택배나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무척 많이 다닌다. 차가 좀 막힌다 싶으면 인도로 뛰어드는 건 예사다. 걷다 보면 한꺼번에 3, 4대가 달려들기도 한다. 오토바이가 인도에서 주행하다 적발되면 범칙금이 4만원이다. 한번은 경찰차가 도로 변에 서 있는데도 오토바이들이 인도로 올라오는 광경을 봤다. 그런데 경찰은 단속은커녕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다. 차창을 두드리고 물었다. “저거 단속 대상 아닌가요?”

 “맞긴 한데. 단속도 어렵고 달아나면 잡기도 어렵고…”라는 얼버무림만 돌아왔다. 경찰은 지난달부터 이륜차 인도통행 특별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서소문 일대에서 인도 주행을 단속하는 건 본 기억이 없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단속 실효성 때문이다. 아무리 그럴 듯한 정책을 내놓아도 현장에서 단속하기 어렵고, 하지 않는다면 효과는 보나마나다. 서울시내 흡연단속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구청은 전담 인력까지 투입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은 인력 부족으로 손을 놓고 있다.

 어쩌다 한 번 하는 단속에 걸리면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왜 나만 잡느냐”는 항의와 불만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수가 없어서 단속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래선 정책의 목표 달성이 어렵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근 정부가 단속 실효성과 형평성이 의심되는 정책을 우후죽순 쏟아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대학 구내 음주금지 방안이 그렇다. 현장 단속책임을 시·군·구 공무원들에게 맡긴다고 한다. 구청 공무원들이 본래 업무는 미뤄둔 채 대학 구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음주를 확인하고 단속하는 일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답은 부정적이다.

 국토해양부가 11월 24일부터 실시한다는 택시 전 좌석 안전띠 착용도 마찬가지다. 경찰과 일선 공무원들이 단속을 책임져야 한다. 또 한 가지 업무가 보태진 것이다. 단속 실효성을 따져보면 역시 의심스럽다. 앞좌석에서 안전띠를 했는지는 밖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뒷좌석은 차를 세우고 들여다봐야 한다. 음주운전 단속과 유사하게 어느 한 길목을 막고 차를 일일이 세워서 봐야 한다. 인력도, 시간도 더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이 같은 단속을 위해 경찰이나 공무원을 더 늘릴 계획이라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기존 인력이 이 모든 일을 맡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정책이 뜻한 대로 효과를 거둘 만큼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단속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다. 어쩌다 걸리면 앞으로 법규를 준수해야겠다는 생각 대신 재수타령을 하는 일만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필요하다면 정책을 내놓고 단속도 해야 한다. 그러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도 함께 잘 마련해야 한다. 별다른 지원도 없이 단속하라는 지시만 쏟아진다면 정말 단속은 누가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