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철희 헬스커넥트 대표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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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커넥트 이철희 대표는 “모바일 헬스로 언제, 어디서든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곧 열린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헬스(Mobile Health)가 의료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것이다.”

 헬스커넥트 이철희(58) 대표이사(서울시보라매병원장·서울대의대 이비인후과 교수)는 새로운 의료의 키워드로 ‘모바일 헬스’를 꼽았다. 헬스커넥트는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약 200억원을 공동 투자해 지난해 12월 출범시킨 조인트 벤처회사다. 모바일 헬스를 기반으로 한 의료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제공하기 위해 설립했다.

 이철희 대표는 “스마트폰과 여기에 연동해 쓸 수 있는 장치를 이용하면 병원에 가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의료·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게 모바일 헬스”라고 설명했다. 손안에 병원이 생기는 셈이다. 본인의 진료 정보가 궁금한 환자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세계는 모바일 헬스가 미래 의료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모바일을 이용한 건강증진과 의학연구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에선 3년 전부터 ‘mHealth Summit’이 열리고 있다. 이 콘퍼런스 참가자는 매년 두 배씩 늘고 있다.

 이 대표는 모바일 헬스가 곧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용하는 초음파·심전도기·안구검사기·체중계 등이 점차 개발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이미 실현되고 있다. 이 대표는 “환자관리 플랫폼 회사인 헬로 헬스(hello health)는 화상과 인터넷으로 진료를 하고, 처방전을 약국에 보내 바로 약을 탈 수 있게 한다”며 “진료 기록은 모두 저장돼 환자가 언제든 열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분당서울대병원이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모바일 헬스 시범사업을 펼쳤다. 혈당측정기 결과를 무선으로 병원에 보내 운동·식사 조절·병원 방문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그 결과 환자의 혈당 조절 효과가 컸다.

 모바일 헬스는 환자 대기시간은 물론 의료비·건강보험재정 감소 등 의료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가 한번 병원을 찾을 때 발생하는 평균 비용은 직접비 4만원, 간접비 8만원 등 총 12만원”이라며 “모바일 헬스는 병원 방문 횟수를 줄여 최소 수조 원의 의료비를 절감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모바일 장비로 건강상태를 계속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건강 이상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다.

 모바일 헬스는 만성질환뿐 아니라 응급질환·암·건강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 내년 초 국내에서도 모바일 헬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헬스 커넥트는 세계 처음으로 모바일 헬스를 이용한 통합 건강관리 서비스 ‘헬스 온(가칭)’을 론칭한다고 밝혔다.

 건강검진 결과를 기반으로 도출한 식사요법·운동요법 처방을 스마트폰과 연동한 장치에 입력한다. 그러면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서비스 내용을 분석해 서울대병원과 함께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모바일 헬스는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고,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의 보급률이 높아야 가능하다. 이 대표는 “한국은 이 두 조건을 모두 갖췄다. 미래 모바일 헬스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이 대표는 “정부는 원격 진료에 관한 의료법 등 관련법을 정비하고, 의료계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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