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껌 살때 붙는 세금 중 이런 내용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껌 값’에 붙는 준조세가 있다. ‘폐기물 부담금’이란 것이다. 과거 거리 보도블록에 검은 껌딱지가 다닥다닥 붙어 있던 1993년에 만들었다. 쇠 주걱 같은 것을 들고 다니며 일일이 긁어 떼어내는 비용을 껌 제조사들에 물린 것이다. 당초 판매 가격의 0.25%였던 것이 지난해 1.08%, 올해에는 1.8%로 올랐다. 요즘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5000원짜리 자일리톨 껌 한 통을 사면 90원을 폐기물 부담금으로 낸다는 얘기다. A제과의 경우 2000년 3억원이던 껌 폐기물 부담금 납부액이 지난해에는 20억원 안팎으로 증가했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실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6일 ‘법정부담금 개혁 방안’이란 보고서를 내고 껌에 붙는 폐기물 부담금을 실효성 없는 대표적 법정부담금으로 꼽았다. 시민 의식이 높아지고, 또 서울에서 껌 한번 잘못 뱉었다가 최고 5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할 정도로 처벌이 강화되면서 껌을 길거리에 함부로 뱉는 모습이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폐기물 부담금은 오히려 비중을 자꾸 올려 결과적으로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꼴이 됐다는 게 전경련 주장의 골자다.

 전경련은 또 기업이 뜻하지 않게 법정부담금을 물게 됨으로써 투자를 포기한 사례를 소개했다.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기아차 소하리 공장이 그렇다. 이 공장은 1970년 설립 당시에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아니었지만, 이듬해 공장 전체가 그린벨트로 묶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최대 2865억원을 투자해 기존 공장 부지 내에 연면적 7만4000㎡ 규모의 생산 시설을 더 지으려고 했다. 그러나 개발제한구역 보전부담금 1840억원을 내야 한다는 통지를 받고 계획을 철회했다. 전경련 정봉호 규제개혁팀장은 “그린벨트 지정 이전에 지은 공장에 대해서는 보전부담금을 면제해 주는 게 타당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보고서를 통해 껌이나 기아차 소하리 공장 사례처럼 실효성이 없거나 형평성에 어긋나는 부담금 등 총 94개 법정부담금을 개선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전경련은 제도를 개선하면 소비자와 기업이 직·간접으로 내는 부담금이 연간 1조원가량 줄어 물가 안정과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