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졸업식 막아라 사복, 소지품 검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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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해 2월 9일 부산 수영구 한 중학교 졸업식장 교문 입구에 경찰관 5명이 서 있었다. 바로 옆에선 인성교육부 교사 2명이 졸업생들의 소지품을 일일이 확인했다. 졸업식 뒤풀이에 사용될 계란·먹물·밀가루 반입을 미리 막기 위해서였다. 이 중학교는 2010년 2월 ‘광안리 해변 난동’으로 알려진 졸업식 뒤풀이 홍역을 앓은 뒤 이 같은 극약 처방을 했다.

당시 졸업식이 치러진 부산시내 중·고교 학교 정문에서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교복 찢기 에다 속옷차림의 광란 질주까지 사실상 막장 드라마가 펼쳐진 졸업식 뒤풀이가 재연되지 않도록 학교와 경찰까지 나섰던 것이다.

 올해 중·고교 졸업식(9~10일)이 다가오면서 부산지역 각급 학교와 경찰이 막장 졸업식 근절을 위해 비상이 걸렸다.

 31일 부산지역 중·고교에 따르면 많은 학교가 졸업식 때 교복 찢기, 밀가루·계란 끼얹기, 알몸 단체 기합 등을 사전에 막기 위해 교복 대신 사복을 입고 오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석대 수영중학교 교장은 “다음주에 개학을 하면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의견 수렴을 거쳐 졸업식 때 교복을 입을 지 사복을 입을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상당수 학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졸업식장 입구에서 소지품 검사를 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도 논의하고 있다. 김옥순 동수영중 교감은 “사전 예방 차원에서 소지품 검사를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또 수영구에 있는 덕문여중은 졸업생이 머리를 염색하거나 교복을 입지 않는 등 복장이 불량한 경우에는 아예 졸업식장에 입장을 시키지 않는 강도 높은 처방도 내놓는 등 각급 학교들이 ‘졸업식 뒤풀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공옥식 덕문여고 교감은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잘못된 졸업식 뒤풀이를 막기 위해 사전 예방과 사후 교외 지도 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지방경찰청도 졸업식 기간에 교육기관과 청소년 단체와 함께 강압적인 졸업식 뒤풀이를 하지 못하도록 예방과 단속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뒤풀이 명목으로 돈을 빼앗고, 밀가루를 뿌리거나 달걀 등을 던지는 행위를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옷을 벗게 하고 알몸 상태로 뛰거나 단체 기합을 주는 행위, 이러한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해 배포하는 행위도 단속 대상이다.

 박민선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계 경사는 “뒤풀이를 강요받은 학생들이 학교나 경찰에 신고하면 가해 학생들을 엄히 처벌하겠다”면서 “상인들도 학생이 액젓이나 달걀, 밀가루 등 뒤풀이를 위한 물품을 대량으로 구매할 경우 경찰에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시교육청은 졸업식을 학교에 맡겨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하고 있으나 ‘막장 뒤풀이’ 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별로 계획을 세워 추진할 것을 지시한 상태다.

 이에 대해 고3 딸을 둔 이영희(53)씨는 “정든 학교를 떠나는 날에는 교복을 입는 것이 추억을 남기기에 더 좋을 것 같다”면서 “일탈을 우려해 교복 착용을 금지하기보다는 건전한 졸업문화를 만드는데 모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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