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고품질 제품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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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부터 한국과 유럽연합(EU) 간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서 국내 시장을 공략하려는 유럽 기업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식음료품 시장의 경우 유럽의 식음료 기업들은 국내 대형 마트들과의 협력사업을 통해 국내 시장 진출을 시작하고 있으며 국내 대형마트들 역시 유럽에 소싱 담당 바이어를 파견하는 등 유럽산 신선·가공식품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스코틀랜드 푸드 & 드링크(Scotland Food & Drink, 이하 SFD)의 데이비드 킬셔 부회장과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Scottish Development International, 이하 SDI) 유웬 카메론 국제 식음료 무역·투자 담당 이사가 한국을 방문했다. 당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스코틀랜드 식음료 산업의 현황과 한국시장 공략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스코틀랜드의 식음료사업은 친환경ㆍ친건강 프리미엄 상품을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보급하며 자국 및 해외시장에서 연간 약 18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연어를 비롯한 해산물, 위스키, 치즈, 소고기 등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세계적으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2010년에는 해외 시장으로 약 8조원 상당의 스코틀랜드산 식음료품을 수출했으며, 이 중 약 56억원 상당(주류 제외)의 식음료품이 한국으로 수출됐다. 특히 스카치 위스키는 평균 1초당 34병이 200개국 이상의 시장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매출은 영국 전체 식음료품 수출의 25%를 차지한다.

2010년,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수출규모는 약 6조 2백억원으로 아시아지역에서의 매출은 전년보다 32% 증가한 약 1조 2천억원이었다. 이 중 한국으로의 수출은 2010년 한 해에만 약 2천 7백억원이 수출되고 있으며 한국은 스카치 위스키를 수입한 세계 6위 규모의 시장이다.

FTA 발효로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시작한 SFD 데이비드 킬셔 부회장은 “한-EU FTA의 발효로 스코틀랜드를 비롯한 여러 유럽국가들의 식음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한국 소비자들은 양질의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미 세계시장에서 그 품질을 인증받은 스코틀랜드의 수산물과 스카치 위스키 등을 한국시장에 보다 폭넓게 공급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특히, 스코틀랜드의 생선, 게, 조개 등의 수산물은 유럽 제품 중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그 중 연어는 스코틀랜드의 청정 해역에서 자라, 지방함유량이 낮고 질감이 단단하여 세계 전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SDI 유웬 카메룬 이사는 “FTA 발효 후, 한국으로 수입되는 유럽산 제품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보다 품질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스코틀랜드산 연어는 한국시장에서 경쟁국인 노르웨이산 연어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품질 덕분에 최고급 호텔과 하이엔드급 레스토랑에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SFD와 SDI는 수출전략을 가격보다는 품질에 맞출 것이라는 점을 여러 번 밝혔다. 가격경쟁보다는 품질 경쟁을 통해 스코틀랜드의 우수한 품질의 식음료품을 국내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고급 호텔을 비롯한 하이엔드급 레스토랑에 식음료품을 공급해 스코틀랜드산 제품의 우수성을 알려 지속적인 수출 증대를 꾀하겠다고 전했다.

스코틀랜드의 식음료 제품은 프리미엄급 품질에 기반한 지역적 특색을 가진 제품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스코틀랜드의 식음료품 업계는 대대로 이어 내려온 소규모의 가업형 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어 생산 및 유통이력이 투명하고 꼼꼼한 품질 관리가 가능하다.

특히 노르웨이, 칠레와 함께 3대 연어 생산국인 스코틀랜드는, 과도하게 생산량을 늘리기 보다 지정된 양식 어획량과 수용밀도를 지정, 엄격히 준수하며 그 규모를 점차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또 양식장들은 질병 유입의 방지, 자연보호, 최적의 생산환경 조성을 위해, 첫 2년동안 연어를 키운 후 3년째 되는 해 모두 풀어주어 양식장을 자연 본래의 상태로 회복시킨다.

스코틀랜드 연어는 1992년 비프랑스산 상품으로는 최초로, 엄격한 테스트 후 최고급 퀄리티의 제품에만 부여되는 프랑스 농림 수산청의 최우수 품질 인증 마크인 라벨루즈(Label Rouge)를 획득하기도 했다.

또한 EU 차원의 보호정책 역시 이러한 품질 기반의 지역적 특색을 살리는데 튼 역할을 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연어, 위스키, 소고기와 양고기 등 다수의 스코틀랜드 상품들이 ‘지리적 표시 보호’(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 PGI) 인증을 획득하고 있는데, PGI 인증을 받으려면, 지정된 지역에서 가공되거나 생산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특정 원산지의 제품만을 해당 지역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며, 지역 특산물의 명성 보호, 지역 고유 프리미엄 제품의 가격 유지, 부정경쟁 방지, 비정품으로부터의 소비자 보호 등의 역할을 한다.

한편 SDI는 지난 8월 국내 시장 조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스코틀랜드기업의 한국 진출을 돕고 있다. 조사 결과, 한국 소비자들은 스코틀랜드 및 타 아시아 국가의 소비자들과 소비 패턴과 니즈가 다르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는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생물 생선보다 냉동 생선을 선호하기도 하며, 특히 고등어와 골뱅이 등의 수산물 수요가 높다는 점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SDI는 이러한 결과를 스코틀랜드 기업들에게 전달하고 이에 맞춘 상품 개발을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구 객원기자 bupdo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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