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 속 한나라 어디로 … 예상 시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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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이 동반 사퇴라는 ‘거사(擧事)’를 일으켰지만 홍준표 대표는 가까스로 대표직은 지켰다. 하지만 홍 대표 체제의 앞날은 유동적으로 봐야 한다. 그게 당내 중론이다. 향후 한나라당의 진로와 관해선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그간 한나라당의 미래를 두고 가장 빈번하게 거론돼 온 시나리오는 ‘리모델링론’이다. 당의 골격을 그대로 둔 채 전면 쇄신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해 리모델링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다. 그가 전면에 나설 수 있는 방안은 선거대책위원회를 조기에 구성하는 것이다. 선대위를 중심으로 내년 4·11 총선을 겨냥한 공약 개발, 인적 쇄신, 공천 혁명 등을 단행하자는 구상이다. 박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총지휘하거나 그를 비롯해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등 여권 차기 주자들이 일제히 참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선대위 체제가 여의치 않으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수도 있다. 비대위 체제에서 당 쇄신안을 마련하고 여권 정비 작업도 벌인다는 것이다. 7일 저녁 당내 초선 의원들 모임인 ‘민본21’ (간사 김세연) 의원들의 회동에선 권영진 의원 등이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아예 한나라당을 허물고 재창당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의 한나라당 집터에 새 집을 ‘재건축’하자는 것이다. 차명진·권택기 의원 등 이명박계 의원 10명이 6일 “당을 해산하고 재창당까지 가야 한다”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이들은 ‘헤쳐 모여’식 재창당이 성공하면 기존 당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동시에 대대적인 인적 쇄신, 분열된 보수 세력의 총결집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계 의원들과 쇄신파 의원들의 탈당 사태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반(反)박근혜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이재오 의원, 정몽준 전 대표 측이 중심이 돼 탈당한 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과 손잡고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분당이다. 실제 쇄신파 모임에선 “ 탈당하겠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수도권 K의원과 다른 K의원, J 의원 등의 결단이 임박했다고도 한다. 당의 한 관계자는 “홍 대표 체제가 일단 유지된 결과는 의원들의 결단을 재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당을 하려면 탈당 의원 수가 30~40명은 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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