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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혁·홍사덕·진수희 “당 대표 바꿀 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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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이 사퇴하고 홍준표 대표가 동반 사퇴를 거부한 뒤 열린 7일 오후 한나라당 의원총회.

 선공(先攻)에 나선 쪽은 쇄신파 정두언 의원이었다. 정 의원은 의총에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시간을 끌수록 더욱 비참해진다”며 홍 대표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려 했다. 남경필 최고위원도 “홍 대표가 동반 사퇴하고 그 공간이 비어야 다른 에너지가 들어와 채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디도스 사건은 제2의 차떼기 사건”이라며 “그 사건 후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기능은 없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역공(逆攻)도 만만치 않았다. 홍 대표와 가까운 박준선 의원·김정권 사무총장 등이 각각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건 무책임하다. 그로 인한 혼란은 국민들이 볼 때 좋지 않다” “상황이 생길 때마다 대표가 사과하고 물러나는 것은 제일 하책”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상황을 홍 대표 쪽으로 바꿔놓은 건 역설적으로 최고위원직을 던진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과 같은 계파로 분류되는 쇄신파, 이명박·박근혜계 의원들이었다.

 전날 ‘한나라당 해체 후 재창당’을 주장했던 이명박계 조전혁 의원은 “정치 쇄신과 정책 쇄신을 병행하자”며 일단 홍 대표가 있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재오계인 진수희 의원도 “본인이 물러나면 되는 것인데 왜 다른 사람 보고 물러나라는 것인지 불편하다”고 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이날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홍 대표는 아직 사퇴할 때가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박근혜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도 “대표를 끌어내리느냐 마느냐는 국민들 눈으로 볼 때 권력투쟁”이라며 “정책 쇄신 종합선물세트, 예산안 처리에 힘을 모으고 홍 대표가 침착하게 자신의 문제를 검토하도록 하자”고 했다.

 세 사람의 동반 사퇴가 워낙 전격적이어서 계파 내에서도 입장 조율이 덜 된 듯한 인상이었다.

 의총 참석자 118명 가운데 18명이 홍 대표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발언했고, 3명(원희룡·남경필·정두언)은 홍 대표 퇴진을 주장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뒤 “당 대표가 이 시점에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니 당 대표가 당 쇄신을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 최고위원은 “발언 안 한 사람들의 깊은 침묵이 더 심각한 결론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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