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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2월 재창당’ 역공 … 1996년 신한국당 벤치마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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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버티기와 역공. 당내의 퇴진 요구에 대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대응 전술이다. 이를 위해 7일 의원총회에서 ‘2012년 2월 재창당’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29일 쇄신 연찬회에서의 ‘조건부 재신임’ 카드(“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 복귀를 결정하면 퇴진”)에 이은 두 번째 승부수였다.

 지난 7월 4일 전당대회에서 박근혜계의 지지로 당 대표로 선출된 그는 취임 다섯 달 만에 박근혜계를 대변해 온 유승민 최고위원을 포함해 최고위원 세 명이 한꺼번에 사퇴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날 오전 열린 당 최고·중진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퇴진은 불가피해 보였다.

 홍 대표는 하지만 비공개 최고·중진회의에서 박종근·이경재 의원 등 박근혜계 중진 의원들이 “유 최고위원의 사퇴는 박 전 대표의 뜻이 아니다”고 거들면서 상황을 아슬아슬하게 버텨냈다. 회의 직후엔 기자회견까지 열어 “집권당 대표로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며 사퇴 거부를 선언했다.

 또 “3명이 사퇴했어도 최고위원은 (당연직 최고위원인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을 포함) 6명이 남아 있다” “내 30대 초반부터 이것보다 더 어려운 일도 겪어왔다”며 특유의 배짱을 보였다. 오후에 소집된 의원총회에선 1996년 민자당이 신한국당으로 재창당된 과정을 거론하며 내년 2월 중순의 재창당 로드맵까지 공개했다.

 “15대 총선을 2개월 앞둔 2월 7일,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바꾸는 재창당 대회가 열렸다. (나도) 예산국회가 끝난 뒤 시스템 공천을 통해 천하의 인재를 모으고 대선 후보들이 전면에 나올 수 있도록 당권·대권 분리조항을 개정해 2월 중순 재창당할 계획이었다.”

 그는 이어 “2007년 4월 재·보선 참패로 최고위원 2명이 사퇴하고 당이 내홍에 휩싸인 적이 있다”는 말도 했다. 당시 강창희·전여옥 두 최고위원이 사표를 냈으나 강재섭 대표가 대선을 치르고 임기를 무사히 마친 것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그런 뒤 “‘홍준표 안 된다’고 하면 흔쾌히 나가겠다. 몇 사람의 목소리에 의존하지 말고 169명 전원이 결정해달라”며 다시 신임을 물었다. 결국 그는 의총 발언자 21명 중 18명에게서 “대표가 책임지고 당 쇄신과 재창당을 추진해달라”는 말을 이끌어냈다.

 홍 대표는 또 8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공천개혁 등 최고위에서 논의된 쇄신방안을 발표하면서 당 쇄신작업을 책임지고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할 예정이다. 한 측근은 “재창당의 시기와 방법, 공천 개혁안 등 최고위원들이 내놓은 쇄신방안 중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과, 최고위 혹은 의총 의결을 거치지 않고도 시행하는 방안을 차례로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 대표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 등 한나라당의 모든 세력이 모든 것을 걸고 쇄신논의를 해야 하는데 홍 대표가 버티고 있으면 심각한 논의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 박근혜계 핵심 의원도 “의총 결론과 상관없이 전당대회에서 2위를 한 유승민 최고위원을 포함해 3명이 동반 사퇴했다면 홍 대표 체제는 사실상 정치적으로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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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現]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195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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