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 뭉쳤던 박근혜계도 균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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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별도의 상의 없이 최고위원직을 내던진 유승민 최고위원은 자기 컬러가 강한 스타일이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본지를 비롯한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당분간 홍준표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런데도 유 최고위원은 홍 대표의 퇴진을 유도하기 위해 최고위원직을 던져 버렸다. 박 전 대표에게 ‘반기’를 들었다기보단 박 전 대표를 ‘견인’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 박근혜계 의원은 “유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와 사퇴 문제를 상의하면 박 전 대표의 스타일상 만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홀로 결행해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박근혜계 핵심이면서도 최경환·유정복·이정현 의원 등 ‘박근혜 직계’로 분류되는 의원들과는 최근 쟁점에서 입장이 달랐다. 박 전 대표의 전면 등장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나 ‘부자 증세’ 논란 때도 유 최고위원은 ‘박근혜 직계’보단 쇄신파와 가까운 입장을 취했다. 박근혜계 핵심들끼리도 마치 ‘따로 노는 듯한’ 양상이다.

 박근혜계는 홍 대표 거취에 대한 입장에도 내부적으로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3선 이상 중진들은 당분간 홍 대표 체제의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경재(4선) 의원은 7일 “지금 홍 대표까지 그만두면 당이 공중분해된다”고 했고, 서병수(3선) 의원도 “지도부가 모조리 사퇴하면 비상대책위는 어떻게 구성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초·재선들 사이에선 강경론이 터져 나온다. 현기환(초선) 의원은 “최고위원이 3명이나 사퇴했으면 이미 대세가 기운 것 아니냐. 지금 예산 운운하면서 좌고우면(左顧右眄)할 때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혜훈(재선) 사무부총장도 “홍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임시로 사퇴론을 봉합하긴 했지만 오래 버티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박근혜계는 이명박계와의 갈등 속에서 소수파 특유의 응집력을 보여 왔다. 그러나 7월 전당대회 이후 박 전 대표가 당의 최대주주로 떠오르고 이명박계가 급속히 쇠퇴하자 박근혜계도 개별 의원들의 정치적 입지와 성향에 따라 분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모습이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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