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IT 삼국시대 … 부품·SW에 주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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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삼성전자가 로열티 지급을 감수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포괄적 협력관계를 맺은 것은 글로벌 정보기술(IT)의 삼국시대에 대비한 포석으로 보인다. 세계 모바일 시장은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을 통해 애플·안드로이드·MS의 3대 진영으로 나뉠 조짐이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함으로써 삼성전자는 더 이상 안드로이드에만 목을 맬 수 없다.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인 바다를 비롯해 안드로이드와 MS의 윈도폰7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멀티플랫폼을 구축한 것은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일단 삼성전자는 MS와 손잡고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하지만 길게 볼 필요가 있다. 머지않아 컴퓨터·휴대전화·TV가 하나의 모바일 단말기에 융합되는 신천지가 열리게 된다. 그 새로운 시대에 누가 패자(霸者)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때일수록 자신의 생존을 단 한 진영에만 의존하는 것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위험한 일이다. 한국 기업들의 뛰어난 부품과 막강한 제조기술, 강력한 마케팅력을 앞세워 다양한 동맹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국내 업계로선 윈도폰7로 추격을 시작한 MS가 애플·안드로이드 진영과 대등한 위치에 오르는 삼강(三强) 구도가 최선이다. 구글이 모토로라만 편애할 수 없고, 세 진영 모두 한국 업체들의 부품·제조 능력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상호 견제와 그림 그리는 데만 몰두해선 안 된다. 어차피 삼국시대를 지나 어느 쪽이 더 훌륭한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엇갈릴 게 분명하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IT기업들은 지난해의 쓰라린 ‘아이폰 쇼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강점인 뛰어난 부품과 하드웨어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야 삼국시대 경쟁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갓 출발한 OS 같은 소프트웨어 개발도 소홀히해선 안 된다. 궁극적으로 한국 기업이 앞장서서 새롭고 뛰어난 모바일 생태계 자체를 창조해야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포괄적 협력은 종착역이 아니라 징검다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