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오세훈 사퇴 이후 MB의 국정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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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정국은 거대한 소용돌이에 빠졌다. 오 시장의 사퇴는 예상된 것이지만 그의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그만큼 준비되지 않은 정국에 던진 충격의 파장은 크고 깊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MB)의 후반기 국정 관리는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오 시장이 어제 사퇴를 선언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선거전략상 10월 이후에 사퇴해 내년 총선 때 시장 보궐선거를 함께 치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사퇴를 미루었더라면 8개월 이상 시정(市政)의 공백을 방치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루빨리 후임 시장을 선출함으로써 서울시 행정을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오 시장의 사퇴가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다.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4월 총선, 하반기인 12월의 대통령 선거로 이어진다. 임기 후반기에 반기별로 한 번씩 큰 선거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정치권이 선거전략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 대통령에게 당초 구상대로 추진해갈 수 없는 돌발변수가 생긴 것이다. 보다 치밀하게 국정 관리 전략을 다시 짜지 않을 수 없다.

 선거뿐 아니다. 내달 19일부터는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서울시장 선거의 기선을 잡으려는 정치권이 대화와 타협보다는 치열한 정치공방으로 끌고갈 가능성이 크다. 연말에는 연례행사처럼 몸싸움을 반복해온 예산안 처리가 기다리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앞장서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야당은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해 오히려 더욱 투쟁적으로 나설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남은 국정 과제를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재재(再再)협상’을 요구하는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국방개혁안은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심사소위로 넘겨놓은 채 공청회만 한 번 한 뒤 잠을 자고 있다. 정치적 타결을 할 수 없다면 임기 내 처리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현명한 일정 관리가 필요하다. 야당도 선거 쟁점과 시급한 국정 현안을 구분해 국정에 불필요한 상처를 주지 않도록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판단을 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