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 서울시민 알아서 … ” 끝까지 거리 둔 박근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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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3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 남자는 이정현 의원. [오종택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끝까지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거리를 뒀다.

 23일 오후 본회의 참석차 국회에 나온 박 전 대표에게 기자들이 주민투표 문제에 대해 묻자 “지자체마다 사정이 다르니 거기에 맞춰 해야 한다고 여러 번 말씀드리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종전 입장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주민투표를 하니 서울시민이 여기에 대해 (알아서) 판단하시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기자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건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박 전 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회의장으로 들어가 버렸다.

 사실 오 시장 측은 오래 전부터 여러 루트를 통해 박 전 대표에게 지원을 바란다는 뜻을 전달했다. 보수층 결집을 위해 박 전 대표의 ‘한마디’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대선 출마 포기 선언도 박 전 대표의 도움을 끌어내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게 당내 정설이다. 전날 밤엔 보수단체 회원 150여 명이 박 전 대표의 삼성동 자택 앞으로 몰려와 주민투표 독려를 요청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오 시장 측의 절박한 지원 요청과 보수 진영의 압박에도 박 전 대표는 선거 전날까지 반응하지 않은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무상급식에 대한 시각이 오 시장과 다르기 때문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한 친박계 중진은 “지자체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박 전 대표의 말은 결국 사정이 허락하는 곳에선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서울에서 무상급식 논쟁이 사생결단으로 흘러가는 것을 박 전 대표가 납득하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침묵과는 달리 한나라당은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서울의 각 당원협의회에선 전화·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민주당의 무상급식은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 포퓰리즘”이란 점을 부각했다. 홍준표 대표는 당협위원장 조찬회의에서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투표참여 운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총력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민들은 정책투표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호소 드린다”고도 했다. 그는 “(당협위원회별로) 성적표가 나오니 나부터 열심히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기현 대변인은 “야당이 구청장으로 있는 일부 지역에서는 통·반장을 투표 참관인으로 앉혀서 누가 투표하는지 감시하려고 한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이것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거리 유세나 지하철역 주변 1인 시위 등으로 맞불을 놨다. 손학규 대표는 트위터에 “무심코 한 나의 투표가 아이들에게 평생의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내일은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8월의 어린이날’입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슬로건은 ‘나쁜 시장의 나쁜 투표, 착한 시민의 착한 거부’”라며 “투표 거부는 주민투표법에 보장된 서울시민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로 이번 투표가 얼마나 정치적인지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에 오히려 투표율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오세훈 구하기’에 대해 “빚 보증 잘못 섰다가 자기 집도 날리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글=김정하·강기헌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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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1952년

[現] 민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민주당 정책위의장

196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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